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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의 초상

소외의 초상

김문 (지은이)
십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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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의 초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소외의 초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370501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23-07-01

책 소개

김문 소설집.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SF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관능적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폭소를 자아내는 요소들도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소설집 안에 단편집이 28개가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소설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목차

제주 : 제주도 게하에서 직업을 바꿔 말한다면
네안데르탈인 :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이 나타난다면
코알라 : 코알라가 귀엽지가 않다면
서하와 여름 : 완벽한 소개팅남 보다 엉뚱한 남자가 끌린다면
무당 : 무당과 연애를 하게 된다면
12년 : 인간이 무성으로 태어나 스무살에 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솔로계엄령 : 솔로계엄령이 선포되어 무조건 커플인증을 해야한다면
배꼽 : 모든사람들의 배꼽이 없어진다면
외계인 : 외계인이 퇴화되어 동물로 남는다면
치유 : 쌍둥이와 동시에 연애를 한다면
신의 이름 : 신이 사랑을 하게 된다면
원나잇 : 원나잇을 하던 여자가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이 사랑 :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랑이 식는 사람이 있다면
잠 : 잠이 불법인 미래에 잠을 자게 된다면
더치페이 :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아이돌 :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돌이 있다면
문양 : 모든 사람 몸에 문양이 생긴다면
리경 : 아무도 믿지 않는 북한여자가 남한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전생 : 모든 전생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완벽한 짝 : 만들어진 완벽한 짝이 있다면
래퍼 : 짝퉁 롤렉스를 파는 래퍼가 있다면
흡수 :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봄 : 강아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위엄 : 왕의 위엄을 가진 사람이 21세기에 태어난다면
점 : 몸에 있는 점을 모두 지우게 된다면
러브워치 : 사랑을 측정할 수 있는 러브워치가 있다면
죽음의 접수 : 내가 원하는 죽음의 형태로 죽을 수 있다면
아보카도 : 영국 유학생이 틴더로 파리 워홀러를 만나게 된다면

저자소개

김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태생. 독립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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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제주공항에서 내리니 거대한 야자수가 나타났다. 서울과 제주는 비행기로 불과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 남짓의 시간 사이에 완벽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직선의 올곧은 햇살. 청아하고도 높은 파도. 낮고도 깊게 숨죽이고 있는 제주의 숲들. 부드러운 항아리를 닮은 오름의 굴곡들. 제주를 발음하면 입가에 미역이 찰싹 붙은 듯한 질감이 느껴진다. 끈적거리면서도 아득한 제주의 밤공기. 담벼락과 해안가에 있는 검은 돌들. 제주의 집들은 낮아서, 집 너머 구름들이 잘리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쓰는 이국적인 섬나라. 육지와의 완벽한 단절. 제주가 묘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 수많은 풍경들 중에 각자가 기대고 있는 한구석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묘하고 몽글한 제주에 있으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나도 제주에서 이상해졌다. 첫 번째는 이상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 [첫 페이지]


시릴은 피를 받자마자 곧장 연구실로 향했다. 심장이, 젊은 날 ‘나단’의 뼈를 발굴했던 그때의 시릴처럼, 강렬한 피스톤 운동을 했다. 연구실에 도착한 시릴은 남자에게 받은 피를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약 10개의 유리병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하나씩 테스트를 진행했다. 피의 유전자 분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는 어느 동물의 피도 아니었으며, 어느 인간의 피도 아니었다. 새로운 생명체,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었다. 시릴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했다.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러고는 다시. 이것은 오랫동안 외면당한 학자의 습관이었다. 총 10번의 테스트를 하고 나서야 시릴은 그 사람이 멸종된 인류, 네안데르탈인이라는 것임을 믿게 되었다. - [네안데르탈인]


나의 슬픔이 갑작스러운 허기에 조용해졌다. 입에서는 군침이 돌았다. ‘주문이 많은 순’과 ‘찜이 많은 순’의 조합으로 심사숙고 하여 좋은 곳에서 시켰다. 우울할수록 확실하고도 완벽한 ‘대방어회’만이 나를 위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달 어플에서는 40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1시간이 좀 지나고 뒤늦게 배달이 도착했다. 나는 일어서며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나갈게.”

현관을 열었다.
그곳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 [더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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