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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680129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5-05-22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저자의 말
단 한순간도 세상이 내 편이었던 적 없다면
영화 <내 책상 위의 천사>
나로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영화 <파이란>
가짜 희망이 당신의 행복에 덧씌워질 때
영화 <미안해요, 리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던 운명의 파도 앞에서
영화 <행복한 라짜로>
막다른 길에 다다라 절망을 마주했을 때
영화 <레벤느망>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통의 반대말은 기쁨일 것입니다.고통받기 위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도 고통이 지나면 기쁨이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입니다.우리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치 고통 없음이 곧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현실적인 삶과 상관이 없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보다 더 현실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습니다.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입니다. 그래서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냅니다.희망은 불확실한 가능성입니다.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에 대해 우리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소망하지 않아도 그것은 이루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작은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꿈을 꾸고 희망을 갖습니다.
‘본인이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이 두 개의 문장이 리키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당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대사기극’의 슬로건입니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구호는 오직 ‘I CAN’뿐입니다.‘I CAN’T’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패배자와 낙오자로 분류되며 무슨 잘못을 저지른 죄인처럼 사회에서 소외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나의 생은 OTT 플랫폼에 진열된 수많은 영화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다. 나의 생은 단 하나의 극장에서 오직 단 한 번 공연되는 연극입니다.우리의 생에 주어진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면, 그 연극은 수많은 갈등과 슬픔이 있는 매우 극적인 드라마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서히 엔딩으로 다가갈수록 바로 건널 수 없는 강 덕분에 그 공연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친구의 질문에 나도 절망한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절망한 적이 없습니다. 나에게 절망한 적이 있냐고 물었던 그 친구도 사실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진짜 절망했다면 나도, 그 친구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거나,아예 살아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 친구도 영화 레벤느망>의 안처럼 절망과 싸우고 있었을 뿐입니다.절망에 맞서 버티고 있었을 뿐입니다.그러느라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을 뿐입니다.
절망은 나와 내 친구와 영화 <레벤느망>의 안 그리고 젊은 시절의 작가 아니 에르노를 굴복시키지 못했습니다. 절망과 싸우는 동안 많은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는 그 후의 삶에서 계속 아픔을 주겠지만,최소한 우리 모두는 절망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습니다. 아우슈비츠 가스실 벽에 누군가 그려놓은 나비처럼, 우리들의 인생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승리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수많은 씨줄,날줄로 짜여져가는 커다란 카펫이라면,절망과 맞서며 처절하게 보낸 시간들은 칙칙하고 어두운 바탕 위에 황금실로 수놓아진 찬란한 꽃입니다. 절망과 맞서 버티고 싸울 때 우리의 마음을 누더기로 만드는 불안과 두려움은 승리 이후 우리의 삶을 더 성스럽고 아름답게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남은 삶의 시간 동안 더 많은 것들을 더 깊게 사랑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