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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898876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25-09-04
책 소개
목차
작은 세상 / 찰나의 흔들림 / Cafe Bonheur / 어느 비관주의자의 행복 / 굉장한 하루 / 러스트르의 코털 1 / 러스트르의 코털 2 / 미래를 위한 발레 / 그녀를 위한 발레 / 14번가의 펜트하우스 1 / 14번가의 펜트하우스 2 / 위대한 수학자 / 파브의 입장 / 소화제 / 좋아한다는 이유로 / 진취적인 고백 / 쉬운 결정 / 괜찮은 시작 /캐리의 일기 / 조셉의 일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만 보자…나는 지금 행복한 걸까.’
이 생각은 어딘가에서 불쑥 등장해서는 스미스 웰링턴의 아침을 망쳐놓았다.
스미스는 여느 날과 같이 아침 7시에 동네를 한 바퀴 조깅 - 이라 부르지만 산책에 가까운 - 하고,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한 뒤, 갓 내린 커피 한 잔이 담긴 텀블러를 들고 집을 나왔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14번가역에 도착하자마자 기차가 도착했고, 이 시각 기차는 출근길 사람들로 붐벼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이 보통의 경우인데 (잘 알다시피, 어느 도시나 오전 8시의 풍경은 얼추 비스름하다) 이날 따라 비어있는 좌석이 있었고 - 스미스는 순간 자신이 지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시계를 확인했다 - 그 덕에 스미스 웰링턴도 모처럼 좌석에 앉아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이닥친 것이다.
- 찰나의 흔들림
나의 인생은 현란하기 그지 없었다. 모든 삶이 그러하듯, 슬픈 날에는 좋은 날이 올거라 믿으며, 기쁜 날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날처럼 행복해하며, 그 어느 비글 인생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순간에는 늘 그랑데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였고, 슬픈 날에는 그녀 곁을 지켜주는 존재였다. 나는 현란했던 나의 삶을 뒤로하고, 이제는 그랑데의 템포에 맞추어주는 삶을 살기로 했다. 나의 모든 것을 받아준 그랑데.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남은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비글답지 않다만, 결코 지루한 삶은 아닐 것이다.
- 파브의 입장
원래 연애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변수가 섞여 있겠어. 하다못해 삼십대 후반이 훌쩍 지나고 나니, 이제는 나서서 찾지 않으면 연애를 시작할 확률이 더욱이 낮아진다. 웬만한 사람들은 짝을 찾아 떠났으니까. 그러니 소개팅 자리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 솔직담백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은,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평가하고는 - 아, 저 사람이 왜 연애를 못하고 있었는지 알겠다 - 류의 후기를 남기는 멍청한 사람들이 자리에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소개팅 자리에 앉아 처음 보는 상대를 마주하고는,
첫째, 나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둘째, 아시다시피 인생도 연애도 타이밍이고,
셋째, 결국 나 역시도 타이밍의 문제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는 표현까지 해내야한다. 비언어적 행위로 말이다. 구차하게 하나하나 말로 풀고 있자면, 폼 잡고 나와 앉은 두 남녀가 이보다 비참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그렇게 쓸쓸해질 필요는 없는 거잖아.
- 캐리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