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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9020207
· 쪽수 : 210쪽
· 출판일 : 2024-12-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누구나 빈 손으로 왔다지만
오열, 자기만의 방에서
어린 나를 껴안아주고 싶은 밤
우는 아이가 아니라도 가질 수 없는 선물
큰 애는 징그러워!
나는 흙 속의 진주였을까?
니가 나로 살아봤냐?
그 지하실에서
2장 가난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
나는 왜 가진 것 없는 부모를 사랑하는가?
사랑은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오른다
깊은 막장에서 저 높은 영靈을 향하여
1994년, 너무 덥거나 너무 아프거나
웃자란 사촌
엄마와 호두과자, 그리고 캔디
3장 내 안에는 그윽한 사랑이 있다
시루떡과 딸기잼, 내 사랑의 원천
신은교회 설립자 서보라
적조의 통영과 소라게
돈 걱정 없이 사는 팔자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가 IMF로 집안 망해서 힘들었다고 앓는 소릴 하면, 나는 별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하곤 한다. 그전에도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든 안 망하든 우리 가족에겐 별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오히려 IMF 기간에는 등록금 동결의 혜택을 받았고,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대학 시절은 신용카드 빚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경기회복을 위해 카드대란을 일으켰던 정부가 부랴부랴 ‘개인 워크아웃’이라고 불린 신용회복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덕에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함부로 “우리 애비는 종이었다”라는 시를 쓸 엄두는 못 냈다. 가난을 이야기하고, 그 상처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또한 대단해 보였다. 가난하면 움츠러들게 마련이고 비밀이 많게 마련인데, 그걸로 시를 쓸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지. 그리고 나와 같은 움츠린 마음으로 그 시를 읽는 사람은 죄다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수능 모의고사를 보다가도 이런 시를 만나면 가난을 들킨 것처럼 마음이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식사 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님이 보살펴 주셔서 큰 딸이 잘 먹고 잘살게 되어 감사하다고 해서 내 속을 뒤틀었다. 내가 항의하자 아빠는 자신이 평생 가난으로 고생하는 동안 자식들만은 이 가난과 모멸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노라고 주장하면서 내가 여유롭게 사는 이유가 자신의 기도 덕분이라고 우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