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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91199437678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12-23
책 소개
기도에 대한 현대 그리스도교 고전
마이클 램지는 20세기 영미권을 대표하는 교회 지도자이자 신학자였다. 한편으로 그는 캔터베리 대주교로서 교회의 일치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면서, 신학자로서 당대 신학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윌리엄 템플, 로완 윌리엄스 같은 켄터베리 대주교들이 그러하듯 그에게 둘은 구별되지만 분리되지 않았다. 램지는 전통적인 신앙을 깊이 사랑했지만, 이를 고정된 형태로 보존하려 하지 않았고, 혼란스러운 현대의 질문 속에서 새롭게 호흡하려 분투했다. 많은 이가 그를 교회의 기억을 지키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멈추어라, 그리고 알아라』는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저서로, 얇은 기도 안내서이면서 램지의 영적·신학적 여정을 집약한 책이다. 말년의 고요한 사유 가운데, 그는 신학 논쟁이나 교회 제도의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주제로 돌아간다. ‘기도란 무엇인가? 성서와 전통은 기도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관상 기도로 대표되는 이른바 신비주의 전통의 실천들은 성서 및 그리스도교 전통의 기도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그리고 근본적으로 기도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을,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가?’ 그는 이 질문들을 복잡하거나 난해하게 풀어내지 않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설명해 낸다.
램지가 말하는 “멈춤”은 어떤 신비 체험이나 탈주의 기술이 아니다. 멈춘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매순간 동원하는 서둘러 판단하는 마음,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내적 소란을 힘을 잃게 하는순간을 가리킨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아는 것”이, 늘 우리에게 말씀과 은총을 건네시는 그분을 감지하는 것이 시작된다. 하느님을 아는 일은 우리의 열심에서 비롯되지 않고, 조용히 낮아진 마음에서 비로소 열린다. 기도는 그 낮아짐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는 자리이며, 존재의 깊은 결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 램지는 전통의 언어를 단순히 반복하지 않는다. 그에게 성도의 상통은 개인의 고독을 덜어주는 위로라기보다는 마음의 은밀한 틈새에 스며드는 타자들의 기도, 우리가 결코 홀로 기도하지 않는다는 신비한 연대의 경험이다. 관상은 비범한 영적 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함에 잠식되어 더는 보지 못하게 된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훈련이다. 그리스도의 영광은 이 땅의 상실과 혼란을 통과하지 않고는 감지될 수 없는, 그러나 이미 이 세계를 감싸고 있는 빛이다.
『멈추어라, 그리고 알아라』는 작고 다정한 안내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영적 감각을 깨우는 깊은 대화의 장이다. 여기서는 교부들의 오래된 통찰, 현대인의 불안한 침묵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그리고 램지 자신의 사려 깊은 목소리가 얽히고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저서이지만, 이 책은 결코 ‘마무리’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열린 초대처럼 느껴진다. 램지는 우리에게 큰 소리로 무엇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말한다. ‘멈추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보라.’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우리가 잃어버린 신앙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램지가 마지막까지 교회에 남기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선물일 것이다.
목차
서문
들어가며
제1부
I. 예수께서 드리신 기도
II. 제자들을 가르치심
III. 바울이 드리는 기도
IV. 요한이 비춘 빛
V. 휘장을 뚫고
VI. 산과 평지
제2부
VII.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VIII. 관상을 향하여
IX. 신비주의의 길
X. 우리의 죄를 고백하는 일
XI. 성도의 상통
나가며
마이클 램지 저서 목록
책속에서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지만, 형식상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예수의 기도, 그리고 바울 서신과 요한 복음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더해 주님의 변모 이야기에 나타난 기도에 대한 이해까지 살펴봅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신앙생활과 관련된 면에 초점을 맞추어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실제로 어떠해야 하는지 다룹니다. 14세기 영국과 16세기 스페인에 살았던 신비주의자들의 가르침도 몇 가지 더했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멈추어라, 그리고 알아라”라는 제목은 이 책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바를 담고 있습니다. 고요함과 침묵은 지극히 중요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그리스도인의 삶은 망가집니다. 그러한 면에서 관상contemplation이 어떤 방식으로든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관상이란 결국 하느님의 사랑에 자신을 여는 일이며, 그 사랑이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습니다.
기도란 인간과 창조주 사이에 일어나는 폭넓은 상호 교류를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양심의 감동을 통해, 영감받은 이들의 삶과 글을 통해,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에게 자신을 알려 주신다고 믿습니다. 하느님의 이러한 “말씀하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 인류는 감사드리고, 그분을 신뢰하고 사랑합니다. 경외하고 경탄합니다. 깊이 슬퍼하고 크게 뉘우칩니다. 섬김을 실천하고 그리스도인의 생활 방식을 추구합니다. 이 모든 응답이 우리 마음과 정신과 의지가 하느님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입니다. 때로 이 움직임을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성서 저자들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 전체를 말하고 듣는 모습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시는 음성에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듯 말로 하는 대화는 언어와 침묵, 기다림과 행동을 아우르는 관계 속 작은 단편일 따름입니다.
기도와 삶이 서로 얽혀 있다면, 우리는 “기도는 어떤 유익을 주는가?”가 아니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선을 이루는가?”라고 바꾸어 물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의 교제에 기도로 참여합니다. 그 교제는 말뿐으로 그치지 않고 삶의 행동과 지향을 아우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는 수많은 실패와 추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인생을 적지 않게 빚어내며 오랜 세월에 걸쳐 영향력을 이어 왔습니다. 기도를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삼아온 그리스도인들 덕분에 말이지요. 기도가 실제로 사람을 바꾸고 공동체를 움직여 온 수많은 사례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기도의 힘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요즈음 서구에서는 관상으로서의 기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가 관상을 수행하려고 동양 종교로 눈을 돌리기도 했지요.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 이는 교회가 오랫동안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관상 전통을 소홀히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관상을 추구하는 이들이든 비판하는 이들이든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관상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중보를 통해 밖으로 나아감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게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