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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아, 우울해?

상봉아, 우울해?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은이)
애플북스
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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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아, 우울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상봉아, 우울해?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99441125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10-23

책 소개

‘우울증’이라는 인생의 싱크홀 속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새로운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향용의 에세이다. 세상에서 우울증과 제일 거리가 멀어 보였던 남자친구이자 동거인이 갑작스럽게 중증 우울 장애를 갖게 되면서 느꼈던 당혹감과,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우여곡절, 그리고 이제는 우울증이 자연스러워진 남자친구와의 일상을 담담한 에세이와 만화로 엮었다.

목차

1장 우울한 남자친구 안 우울한 여자친구
우울한 남자친구 안 우울한 여자친구
재밌는 사람
우리들의 벚꽃놀이
정신 사수
영화관에서
닌텐도의 시작
장난스러운 연애
상봉이의 하루
과장 없는 시간①

2장 내 남자친구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엄마 집에 다녀왔습니다
상봉이의 꿈속에서①
잠 못 드는 밤
사주를 믿으시나요?
용감한 남자
상담의 목적
쟁반 사건
태블릿 사건
카페 나들이
깜짝 선물
우울한 남자친구와 사는 일

3장 고장 난 뇌의 명령
가장주부의 삶
상봉이의 꿈속에서②
강박증
스포일러
마카롱 사건
상봉이를 힘들게 하는 것
그리고 카페에서
가혹한 말
과장 없는 시간②

4장 내 남자친구의 진짜 우울증
우울 경보
치료의 시작
정신병동에서①
정신병동에서②
정신병동에서③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무 하루 모음①

5장 물들임
○○싶어①
○○싶어②
향용이의 줏대
게임 구경
펑키 가이
향용이의 인성
상봉이의 인성
친절한 상봉이 모음

6장 방관자의 쓸모
상봉이의 사생활
담배를 걸리다
좋은 일
그날의 진실
상봉이가 ○○에 빠진 날
동상이몽
외출 연습
나의 대단한 노트북
팬티의 주인
아무 하루 모음②

7장 이별 말고 (독립)
나는 어쩌다 콩알만 한 심장을 가졌는가
장기 연애의 비결①
상봉의 쓸모
순정 만화를 꿈꾸다!
상봉이의 아침
내 영어는 어느 나라 발음?
아무 하루 모음③
쫄보의 탄생

8장 (이별 말고) 독립
시작
우리 동네 산책길
장기 연애의 비결②
강한 남자
상봉의 입시 준비 시작!
상봉! 마라톤에 나가다

9장 녹을 지우는 일
가장주부의 자격
향용이의 사생활
중간고사 후기
상봉이의 자기 관리
새삼 연애
Vivid Dreamer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아무 하루 모음④
우아한 사람

10장 끝 혹은 시작
용수철 남자
상봉이의 진짜 겨울 방학
속마음
게임의 시작
가장의 시작
주부의 시작
오해의 씨앗

저자소개

향용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어느 날 엄마가 내 예쁜 이름을 두고, 철학원에서 ‘향용’이라는 새 이름을 사 왔다. 7만 원 작명 값이 아까워서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쓸 때만 향용이라고 부른다. 연애 6년 차 때 남자친구가 우울증에 걸렸고, 현재는 그의 우울증과 동행하며 13년째 연애 중이다. 티끌 같은 걱정도 태산같이 안고 사는 향용이는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우울증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우리 연애가 즐겁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 덕에 책도 내다니! 이름값을 하게 돼서 기쁘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hyopst 인스타그램 @someonesfavorites_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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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느 날 나의 남자친구 상봉이는 게임을 켰다. 나는 어떤 하루, 어떤 순간, 어떤 기억을 잊기 위해 이불에 들어갔는데, 그는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잊기 위해 게임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한 것은 웜즈라는 지렁이 전투 게임이었다. 엔딩을 봐야 한다며 일주일 동안 게임만 하길래, ‘뭘 해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렁이 게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이어 다른 게임을 찾았다. 그는 깊고 긴 동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괴물 사냥꾼 게롤트가 되어 1,600시간을 살았고, 서부 개척 시대의 총잡이 아서 모건으로 800시간, 전쟁의 신 크레토스로 500시간을 살았다. 이 외에도 5년 동안 상봉이가 살 수 있는 다른 세계는 많았고, 될 수 있는 인물은 많았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맞을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사소한 갈등을 겪으며,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안고 살 수 있다면 그건 참 다행인 삶일 것이다. 내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런 다행스러운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암 병동에 가면 암에 걸린 사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울증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의 안부 인사에 심장이 뛰는 것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밥 먹기가 버거워지는 것이, 도저히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된다.


상봉이와 연애 초기부터 동거를 시작해 10년째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남자친구를 따라 그런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에 들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어쩌다 상봉이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내게 “곁에서 우울증을 지켜보는 너도 힘들겠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실 나와 제일 가까운 곳에 우울증을 두고 사는 일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숨 막히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방 안에 앉아 같이 게임을 했고, 현실에서의 고민 대신 게임 속 세상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한 계절이 지나도록 밖에 나가지 않고 같이 집에서 노느라 바쁘기도 했고, 그러다 오랜만에 외출을 한다며 벚꽃이 진 줄도 모르고 벚꽃놀이를 가기도 했다. 그래서 우울한 상봉이는 자주 행복하다고 했다. 만약 사랑도 커리어가 될 수 있다면 그런 점에서 나의 커리어는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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