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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의학과 사랑 그리고 나)

퍼트리샤 그레이홀 (지은이), 송섬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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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의학과 사랑 그리고 나)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9533226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6-02-26

책 소개

미국의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이자 전직 내과 전문의인 퍼트리샤 그레이홀이 남성 중심적인 의료계에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좇는 동시에 삶을 함께하고 싶은 여성을 찾아 병실 침대와 연인의 침대를 오갔던 젊은 시절을 회고한 에세이다.
“섹시한 70대 레즈비언 할머니의
화끈한 청년기 회고록? 일단 나는 환영이다.”
— 김규진(작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 2022 《커커스 리뷰》 선정 최고의 독립출판 도서
★ 2023 베스트 인디북 어워드 ‘LGBTQ 회고록’ 부문 1위
★ 2024 노틸러스 북 어워드 ‘의료 회고록’ 부문 은상
★ 김규진, 전승민, 박상영 추천

성 해방과 성소수자 탄압이 동시에 이뤄지던 시대
레즈비언-페미니스트-의사의 꿈과 욕망, 사랑의 기록

미국의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이자 전직 내과 전문의인 퍼트리샤 그레이홀이 남성 중심적인 의료계에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좇는 동시에 삶을 함께하고 싶은 여성을 찾아 병실 침대와 연인의 침대를 오갔던 젊은 시절을 회고한 에세이다. 책에는 자신이 애리조나에 하나뿐인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던 10대 시절의 혼란부터,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의 임신중지 경험, 의학 수련 과정에서 마주한 성차별,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동시에 성 해방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만난 연인들과의 사랑까지 놀라울 만큼 솔직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출간한 이 책으로 독자와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는 연달아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정표 없는 바다”에 비유한다. 삶의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가 의대에 입학하던 1971년 당시 신입생 100명 중 여학생은 다섯 명에 불과했고, 동성애는 정신질환으로 취급받았다. 여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은 경력은 물론이고, 신변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남성 중심적인 권위에 도전하며 더 나은 기회를 찾았고, 매력적인 연인들을 만나는 동시에 치열하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정표 없는 바다에서도 꿈과 욕망, 사랑을 모두 포기하지 않은 저자의 삶은 소설가 박상영의 추천사처럼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때로는 누군가의 찬란한 내일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여자를 사랑했지만, 내가 아는 관계 모델이라고는 이성애 규범적 관계가 전부였다. (…) 여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일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야망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 책은 내가 이정표 없는 바다를 헤쳐나갔던 이야기, 폭풍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결코 부서지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나는 내가 함께하고 싶은
그 여자가 되기로 했다.”

병실 침대와 연인의 침대를 오갔던 ‘그 시절의 나’
젊은 사랑의 치기와 모순까지 드러내는 진실한 에세이

노골적인 성차별과 동성애혐오가 만연했던 미국의 1960~1970년대,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저자의 성공적인 경력은 이 회고록을 어느 노년기 레즈비언 의사의 수기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20대 시절을 돌아보며 드러내고자 한 것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는 결과보다 사랑에 번번이 실패했던 과정에 가깝다. 영어판 제목인 ‘Making the Rounds’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들의 침대를 돌아다니며 진찰하는 ‘회진’을 의미하지만, 이 책에서는 연인들의 침대를 오간다는 중의적 의미도 갖는다. 의사는 회진을 통해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지만, 저자는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자신의 모순된 욕망을 마주하고, 마침내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깨닫는다.

저자는 폭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애정을 강요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새로 만날 때마다 번번이 연인을 배신하기도 한다. 사회적 분위기와 상대에게 느끼는 호감에 따라 추구하는 연애 방식도 독점적인 관계와 다자연애를 넘나든다. 저자는 “내 페미니즘은 내 욕망과 일치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연인이었던 세실리아가 대학원에 돌아가는 대신 곁에 머물며 자신을 ‘내조하는 아내’가 되길 바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이기적이고 모순으로 가득한 저자를 끝내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연출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남과 이별에서 독자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서툴렀던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기록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는 그녀가 아니라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깨닫는다. 사랑이 중독적인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내 삶은 아름답고 낯선 다른 몸으로 태어난다.”
— 전승민(문학평론가, 『퀴어 (포)에티카』 저자)

40여 년 전의 불안감이 여전히 생생한 이유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권리와 자유는 없다

회고록의 배경이 되는 1960~70년대 미국은 ‘스톤월 항쟁’(1969)으로 촉발된 동성애자 인권운동, 교육에서의 성차별을 금지한 「타이틀 나인」 제정(1972), 여성의 임신중지 선택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1973) 등 여러 진보적 변화가 일어난 시대였다. 1973년에는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단호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저자의 삶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남성들을 만나보다 ‘불법’ 임신중지 수술을 받아야 했던 1960년대 애리조나 시절에서, 게이 친구 데이비드와 함께 살며 사실혼 부부로 오해받던 1970년대 초반 솔트레이크시티 시절을 거쳐, 비교적 자유롭게 여러 연인을 만났던 1970년대 중후반의 보스턴 시절까지 크게 변화했다.

저자는 1980년 11월, 레지던트로서 마지막 당직 근무를 서며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했던 순간을 “지난 20년간 내가 목격해 온 모든 변화와 희망을 허사로 만들 중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책에 레이건 시대에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저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레이건의 당선을 바라보며 느꼈던 불안감은, 수십 년이 흘러 트럼프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2026년 현재에도 낯설지 않은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노년의 레즈비언 의사가 자신이 젊은 시절 경험한 기쁨과 슬픔을 기록한 이 책은 그렇게 ‘그때 그 시절’에 머물지 않고 생생한 지금-여기의 이야기가 된다.

“처음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애리조나에 하나뿐인 레즈비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날 이후로, LGBTQ+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진화해 온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얻어낸 것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잊지 않았으니까. 다름에 대한 혐오와 편협함의 문화를 그대로 둔다면 우리는 언제든 권리와 자유를 빼앗기고 과거의 어두운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 본문 441쪽

목차

추천의 말
작가 노트
이야기를 시작하며
1부 애리조나에 하나뿐인 레즈비언
2부 의대에서
3부 의사
4부 거울을 마주하다
이야기를 마치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퍼트리샤 그레이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의사, 에세이 작가, 소설가. 2022년 출간한 에세이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로 다수의 독립출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23년 배우자와 공동 집필한 『황금빛 노년과 은빛 희망(Golden Years and Silver Lining)』을 선보이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25년 『우리가 머물 곳(A Place for Us)』, 2026년 『프레임드(Framed)』를 연달아 발표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배우자와 함께 태평양 북서부의 어느 섬에 거주한다. 이웃의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다 이따금 나타나는 범고래, 독수리, 수달, 흑곰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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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섬별 (옮긴이)    정보 더보기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고 번역한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 『암전들』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낭비와 베끼기』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내 어둠은 지상에서 내 작품이 되었다』 『자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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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960년대에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것은 정신질환으로 취급받았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사형선고였다.


이성애자인 척하는 건 나한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여전히 내가 애리조나에 하나뿐인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인이 어떤 맛인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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