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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란한 심연

나의 찬란한 심연

(오늘을 살아내는 한 시인의 고뇌)

크리스천 와이먼 (지은이), 손승우 (옮긴이)
비아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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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란한 심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나의 찬란한 심연 (오늘을 살아내는 한 시인의 고뇌)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의 이해
· ISBN : 9791199780477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6-09-28

책 소개

「포에트리」 전 편집장이자 시인,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인 크리스천 와이먼이 희귀 혈액암 진단과 투병을 거치며 신앙과 시, 삶의 의미를 다시 곱씹은 산문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2013년 최고의 논픽션,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종교 도서로 선정됐다.

목차

들어가며
나의 찬란한 심연
슬픔이 틔운 꽃
다정한 내면
신의 진리는 삶이다
오 그대, 나를 굴복시키는 빛이여
친애하는 망각에게
벌떼처럼 들끓는 신경
신은 저 너머에 있지 않다
온갖 갈래의 고요
우리 안의 늑대들을 죽여 주소서
수백만 개의 자잘한 망각

인물 색인 및 소개

저자소개

크리스천 와이먼 (지은이)    정보 더보기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 편집자. 텍사스 서부의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워싱턴 앤드 리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노스웨스턴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등에서 시 창작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 전문지 「포에트리」Poetry의 편집장을 지냈다. 2005년 서른아홉 살 생일에 불치의 희귀 혈액암 진단을 받았고, 골수 이식을 포함한 힘겨운 투병 과정에서 젊은 시절 멀리했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다시 돌아간 동시에 신앙과 언어, 시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하게 되었다. 레이크랜드 대학교와 노스 센트럴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3년 「포에트리」를 떠난 뒤로는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예일 신성 음악연구소의 클레먼트-뮤엘 교수Clement-Muehl Professor로 재직하며 '시와 신앙', '우연한' 신학(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신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조지 허버트와 시몬 베유, 디트리히 본회퍼, 플래너리 오코너를 사유의 원천으로 삼아 왔으며, 현대 영미권에서 시와 신학을 가장 밀도 높게 결합한 작가로 꼽힌다. 메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은 그의 글을 두고 "오늘날 세상에서 보기 드문, 정화하는 절박함을 지녔다"고 평했으며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는 "고통과 기쁨과 신을 보기 드문 정직함으로 파고든다"고 평했다. 회고록 『나의 찬란한 심연』은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 최고의 논픽션, 워싱턴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크리스천 센츄리가 선정한 최고 종교도서에 선정되었다. 주요 저술로 『나의 찬란한 심연』, 산문집 『야망과 생존』Ambition and Survival, 『뼛속까지 무無』Zero at the Bone, 『그는 격렬한 빛을 붙들었다』He Held Radical Light, 시집 『갈라진 모든 것』Every Riven Thing, 『언젠가 서부에서』Once in the West, 『생존은 하나의 스타일이다』Survival Is a Style, 『춤』The Dance, 시선집 『망치는 기도다』Hammer Is the Prayer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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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상처 입은 앎』(로완 윌리엄스, 공역), 『예수의 마지막 말들』(플레밍 러틀리지, 이상 비아), 『구약성서를 읽다』(엘런 F.데이비스, 복있는사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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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7년 전, 나는 ‘사랑이 나를 반겨 주었다’Love Bade Me Welcome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다른 제목으로 작은 문학 잡지에 출간되었고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글은 인터넷에 공유되고, 선집과 모음집에 실리고, 교회 예배와 독서 모임에서 낭독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지금도 때때로 그 글을 처음 접한 독자들이 편지를 보내오곤 한다. 대부분 문학과는 등지고 살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그들의 편지에는 다채로운 소감과 명민한 통찰, 강렬한 감동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반응은 그 어느 순간보다 내게 큰 보람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다면 글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마주한 절망, 글을 더는 쓸 수 없었던 시간, 사랑에 빠졌던 순간, 불치병을 선고받은 날, 그리고 그 모든 과정 가운데 (지극히 현대적이고 세속적인 기질에도 불구하고) 끝내 ‘하느님’이라고 부르게 된 존재 앞에서 마음이 산산이 무너지게 된 이야기였다. 내 삶 전체가 여덟 쪽에 압축되어 있었다. 그 글은 내 삶 밑바닥을 뒤흔든 변화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쩌면 글 자체보다도 글이 남긴 파문이 내게 또 다른 깊은 변화를 요청하고 있었다.

나는 시인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들의 무심한 태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미국에서만 이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독자’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는 법을 익힌다는 의미도 있다. 시가 읽히기를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를 창조하는 영감의 소리를 오롯이 받들려면, 그래서 시가 진정한 시가 되려면, 시인은 외골수 수도자처럼 창조의 원천에 철저히 몰두하면서 ‘전혀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 원천이 말을 트도록 내면의 고요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세속적인 시인이라 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시를 포기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사실 어떻게 포기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 나를 반겨 주었다’를 읽은 분들이 보내 준 편지들은 ‘독자’를 의식하게 했고, 내 안에 그분들과 대화하고 싶은 갈망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나라에는 오늘날의 종교 언어와 형식에 실망한, 그러나 사려 깊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 역시 자기를 자신 밖으로 밀어내는, 영혼을 불태우는 존재의 열기를 느낀다. 그들은 여전히 집요하게 끌어당기는 신이라는 유령의 중력에 이끌린다. 나는 그들에게 직접 말을 걸고 싶었다. 나처럼 삶과 의식의 원천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동시에 확신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쓰고 싶었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추구하고 응답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 곧 자신의 존재, 삶 속 재료, 그리고 ‘존재 자체’가 맞물리는 교차점이다. 영감은 이 세 요소가 충돌하거나 결탁할 때 찾아온다. 이러한 의식의 위기 가운데 태어난 작품은 세상에서 실패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 평가는 당신의 허영심에 상처를 내거나, 부풀릴 것이다. 그러나 그 평가는 작품이 태어난, 작품을 만들어 낸, 작품의 근원인 그 의식의 위기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자기 영혼에 깨어 있는 예술가에게는, 이 의식의 위기야말로 귀 기울여야 할 단 하나의 부름이다. 나는 여기에 신이라는 이름 외에 붙일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이름을 붙이거나 아무런 이름도 붙이지 않는다. 이 진리 때문에 예술가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중압감을 받는다. 그 애초의 부름, 의식의 위기를 진정으로 듣지 못했거나 온 힘을 다해 응답하지 못했다면, 세상의 가장 드높은 찬사조차 빛을 잃고 거부로 인한 상처에는 냉혹한 자기 인식이라는 소금이 뿌려질 터이기 때문이다. 이 내면의 심판관을 잃어버린 예술가는 자신에게 찾아왔던 첫 부름을 더는 듣지 못한다.


우리의 정신은, 신이 우리를 이전에는 다다르지 못했던 차원으로 이끌어 올리도록 자신을 내맡기기보다는, 끊임없이 신을 우리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삶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우리는 경험이 그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사랑하고, 낯익은 (정직하게 말하면 이미 고갈되어 버린) 충동을 따라 창작을 이어 간다.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피할 수 없이 찾아와 나를 부수어 의미들로 끌려들어 가게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이것이 사랑이 뜻하는 바다. 시를 한 편 더 써 내려가는 일 역시 바로 그러해야 한다. 안팎에서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절박함, 그리고 온전히 통제할 수 없이 오묘하게 작용하는 그 힘에 몸을 맡기는 일. 모든 사랑은 타성과 습관을 혐오한다. 시는 사랑의 한 종류다.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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