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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91192769509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3-08-25
책 소개
목차
2판 서문
들어가며
1. 하느님의 수난
신약성서의 토대들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기원후 35년경-110년경)
2. 육신의 그림자
영지주의의 도전
리옹의 이레네우스(기원후 130년경-200년경)
알렉산드리아
오리게네스(185년경-254/5년)
3. 끝 없는 끝
아리우스 위기
카파도키아 교부들
플라톤주의의 문제
4. 울부짖는 마음
욕망의 부름
십자가에 참여하기
희망과 신비
5. 곡예사와 광대
도시
사막
수도원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1090년-1153년)
6. 탈자, 그리고 이해
디오니시우스의 유산
토마스 아퀴나스(1225년경-1274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년경-1327년)
7. 사람의 아들이라는 징표
그리스도교 세계의 종말
청년 루터
믿음과 경험
8. 비밀 계단
부정의 길
영혼의 어두운 밤
신앙과 연합
참고 도서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심오한 모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이 경험은 당대 종교 범주들에 대해 커다란 물음을 제기했다. 수 세기 동안 그리 스도인들의 과제는 바로 이 경험을 종교 언어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었다. 어떤 면에서, 이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이 다시금 짊어져야 할 과제다. ‘영성’spiritulaity의 일관된 의미는 바로 이 과제를 수 행하는 가운데 밝혀야 한다.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은 고전적인 그리스도교 문서들과 고유한 만남의 과정, 그 문서들에서 분명하게 발 견되는 신앙의 핵심에 대한 물음과 응답의 과정을 거친다. ‘영성’의 일 관된 의미는 그러한 흐름 가운데 드러난다.
우리는 가장 먼저 그리스도교의 첫 번째 원천, 즉 고대 팔 레스타인 지역에서 하느님이 나타나셨고 활동하셨다는 주장에 담긴 의미에 관해 물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교 언어에 가장 예리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야기,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느님이 계 시며, 그를 통해 하느님께서 활동하셨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도교가 전하는 ‘말’이 참된 말인지를 가늠하고 조정하며 다시 묻게끔 자극하는 것은 십자가, 즉 나자렛 예수가 처형당한 사건이다.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오셔서 유죄 판결을 받고 죽었으며 이를 통해 당신의 목적을 드러내셨다는 역설과 마주했다. 그리스도교는 이 역설을 붙들고 몸부림치는 가운데 태어났다. 나자렛 예수가 하느님의 전령herald, 혹은 대리인이라고 믿었던 이들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회복하시기 위해 보낸 약속의 인물이 하느님의 백성이라 자처하는 이들에게 거부당했으며, 그 백성의 적들 손에 치욕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유대 지역에서 종교를 통제하려는 이들의 선동으로 기름 부음 받은 자가 도륙당했고, 이스라엘의 신실한 이들에게 이방인 왕들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당면한 새로운 시대 상황이었다. 그들은 정치체로서 이스라엘의 율법과 언약을 따른다 해도 하느님에게 참된 순종을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했다. 이는 매우 위협적이었고 혼란을 낳는 생각이었다. 한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옛’ 언약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5세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세계와 펠라기우스의 세계 사이에는 논쟁이 있을 수 없다. 그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세상을 어렵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길들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발휘하고 확장할 수 있는, 도전해 볼 만한 곳으로 여길 것이다. 그에게 세상은 영웅주의heroism가 가능한 세상이다. 그는 선한 대의를 믿고 맑은 눈과 깨끗한 양심으로 자신과 타인을 개선할 수 있고, 이를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죄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의도적인 비행非行과 관련이 있고 덕은 책임을 지는 것, 자발적으로 법, 질서, 도 덕을 따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세상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다.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은 현대 영국 도덕 철학에 관한 한 저작에서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적절하게 묘사한다. 그는 (초연하고, 합리적이라는 의미에서) 자유롭고, 책임감 있고, 자신을 인식하고, 성실하고, 풍부한 공리주의적 상식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는 죄를 언급하지도 않고, 사랑을 언급하지도 않는다. 이와 달리 누군가는 세상을 단순히 살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 견딜 수 없는 곳으로 본다. 그에게 세상은 헤아릴 수 없으며, 어떤 도전과 기회 가 있다 해도 뚜렷이 보이지 않고, 인간의 완전한 패배만을 드러낼 뿐이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이 세상에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동기가 불확실한, 영웅으로 보기 어려운 비극 속 주인공들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가장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조차 희생자다. 도덕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 사회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은 분명한 실패와 퇴보로 인해 흐려진다. 죄와 덕은 애매하고 양가적인 개념이다. 책임감을 갖는 것, 신중히 선택하는 것은 좋든 나쁘든 별다른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정답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제일 중요한 범주는 죄와 사랑이다. 둘은 모두 측정이 불가능한, 열정적인 힘이다. 온화한 도덕주의자의 성실함은 우리가 실제로 정직한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절망적인 정직함 앞에서 무너진다. 우리 자신에 관한 진실을 볼 수 있다고, 혹은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우리 영혼에는 모호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