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 (정훈교 시에세이집)
정훈교 | 시인보호구역
13,500원 | 20231031 | 9791190310208
문학콘텐츠그룹 시인보호구역(상임대표 정훈교)이 독서의 계절을 맞아, 52인의 시를 엮은 시에세이집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를 펴냈다.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는 문화기획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정훈교가 펴낸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詩에세이집은 정훈교가 언론사에 연재했던 80여 편의 시 중 52편을 선정해 실었으며, 소개된 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출판사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다루고 있다. 또한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 시마다 감상과 리뷰를 달아 이해를 돕고자 했다.
52편은 문인수·정호승·김용락·공광규·도종환 등 한참 선배 시인부터 류근·길상호·강성은·박후기·손택수 등의 중견 시인 그리고 김성규·김하늘·박소란·박준·손미·이혜미 등 후배 시인들의 시를 담았다. 이번 책은 2016년 진행한 ‘시인보호구역의 출판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소셜펀딩을 통해, 이미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로 복간되었다.
책은 그리움과 사랑에 관한 시에세이집이며, 청소년은 물론 시가 어렵다는 일반 독자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반영되었다. 시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젊은 시인의 모습이 글 곳곳에 문학적 은유로 녹아있다. 사랑 바람 별 기억이라는 주제로, 우리 가까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1부는 우리가 절정으로 달려온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지나온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2부는 어쩌면 한순간 바람이었을 것 같은, 그러나 그 바람 또한 인연이고 사랑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3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지의 그 무엇과 만나고 또 우리 모두가 간직한 마음 속 별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4부는 먼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푸른 하늘을 나는 꽃에 대한 이야기이다.
詩를 고체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는 고체의 시를 녹이는 역할을 한다. 책 속에 작가의 말은 해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에 가깝다. 시를 읽고, 모든 감각을 살려 ‘시’로 답한 것이다. 그래서 독자를 ‘공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제대로 ‘맛’ 볼 수 있게 한다. 시어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의 맛을 찾아내어, 맑고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놓았다.
정훈교는 “한 권의 시집을 해석하겠다고 작정하며 읽는 책이기 보다는, 따뜻한 감성으로 시 한 편 한 편에 흠뻑 젖어 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책을 통해 지역 출판사도 좋은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개된 시도 시이지만, 정훈교가 찬찬히 써내려간 에세이 또한 문학적인 표현들로 가득하다. “얼기설기 뻗어나가는 철로 위로 아지랑이가 홀로그램처럼 피어오른다. 새의 발자국이 구름이 바싹 찍힐 정도로 마른 대낮. 작열하는 햇볕을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간이역 앞에서 덩그러니, 혼자가 되었다.”라든가 “자작나무의 발소리가 하얀 그리움에서 연유緣由한 것이라면, 당신은 분명 귀머거리이거나 벙어리일 것이다. 오늘만은 그저 한가로이, 외로움으로 가득 찬 당신의 목울대를 생각한다.” 또 “우리는 누구나 마음 한 곁에 푸른 칼 하나쯤 벼르고 있다,라 쓰고 온통 허공이다,라고 읽는다.”, “사내가 펄펄 끓는 청춘을 염전에 다 바친 것도, 바다가 펄펄 끓는 자신의 몸을 사내에게 온전히 바친 것도, 모두 바람 때문인지도 모른다.” 등등.
외에도 부록으로 담긴 정훈교의 ‘여행에 관한 자선시’ 편에는 신안군 증도, 제주도 우도, 대구 김광석거리, 의성 조문국 사적지를 다룬 시와 에세이를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