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0310208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차례
제1부_사랑은 지지 않는다
공광규 * 3월의 안부
길상호 * 지나가는 말
김솔 * 고백
김태형 * 달의 뒤쪽에 대해서는 말하는 게 아니다
김하늘 * 안단티노
박소란 * 주소
송재학 * 입술
유희경 * 뿌리
윤석정 * 내 마음의 뿌리
이선욱 * 작별
전형철 * 오늘의 독경
정호승 * 그리운 자작나무
최광임 * 구즉 묵집에서는
한보경 * 뒷덜미
제2부_바람은 지지 않는다
김성규 * 만삭(滿朔)
김준현 * 한 줄의 현악기
김효연 * 증인
류근 * 겨울이 와서
문인수 * 만촌(晩村)
박준 * 파주
안현미 * 깊은 일
이장욱 * 표백
이종암 * 절
이하석 * 숲
최진 * 빈 들
추종욱 * 법전의 역습
제3부_별은 지지 않는다
구광렬 * 間 44
김사람 * 영원을 부르는 벨칸토 창법
김윤이 * 오전의 버스
노미영 * 소금 박물관
박세미 * 팔자
박현수 * 가방에 손을 넣을 때
사이토우 마리코 * 비밀
손미 * 수원
윤동주 * 태초(太初)의 아침
이혜미 * 목련이 자신의 극(極)을 모르듯이
장승리 * 호위병들
정한용 * 벽
허연 * 가시의 시간 1
제4부_기억은 지지 않는다
강성은 * 아홉 개의 달이 떠 있는 밤
고영 * 킥킥, 유채꽃
권선희 * 꽃에 대하여
김명기 * 막걸리집 미자씨
김용락 * 어머니
도종환 * 꽃씨를 거두며
박호민 * 빨래집게
박후기 * 멸치
배옥주 * 글씨
손택수 * 실버극장
송승언 * 영원한 평화
전세중 * 빈자리
정훈교 * 갈 수는 있어도 올 수는 없는 당신
부록_여행에 관한 자선시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
詩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 바람 별 기억에 관한 노래!
얼기설기 뻗어나가는 철로 위로 아지랑이가 홀로그램처럼 피어오른다. 새의 발자국이 구름이 바싹 찍힐 정도로 마른 대낮. 작열하는 햇볕을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간이역 앞에서 덩그러니, 혼자가 되었다. 가슴에 찍혀 있던 말, 당신에게 꼭 전하리라 마음먹었던 말은 차마 올라오지도 내려앉지도 못한 채 그대로 엉겨 이내 삼켜버린다. 새삼 놀랍지도 않을 혼자라는 존재. 새삼 놀랍지도 않을 간이역 앞 사람들. 떠나야 할 시간도 기다려야 할 그리움도 모두 귀찮아져 버릴 만큼의 열기가 역전을 달구고 사위어갈 때쯤, 식당에 앉아 내장탕을 주문한다.
행주가 지나간 결대로 물자국이 남은 테이블에 더운 선풍기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파리들. 연신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내며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저 ‘태양’ 때문이라고. K
1부. 사랑은 지지 않는다
너는 늘 오늘을 말했지만
그건 언제나 어제였지
가여워라, 오늘이라고 말해줄게
네가 어제의 사람이라도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너 뿐이어도 괜찮아
괜찮은 게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먼 기억에서 기생해
형광색 다족류 벌레처럼
언 가슴으로 너를 사랑하기 10초전,
나는 내 멘탈이 싸구려였던 걸 알았지
이어폰을 배꼽에 꽂고
알몸으로 허밍하고 울먹이고 습도가 높아지고
멀어지고 곁을 내주고 손을 뿌리치고
키스해,
이해 같은 거 없어
동의 같은 거 없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너의 오늘일까
미처 어제를 다 살지도 못했는데
나는 어제를 오늘이라고 믿고
어제가 오늘이어도 되는 네가 있으니깐
내 의식을 모두 어제로 끌어 모으고
괜찮아,
다 괜찮아지기 위한 진통 같은 걸 거야
월경처럼 어제를 뱉어내도 돼
라고,
내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네가 있다면
나는 더욱 먼 과거에 있을게
천천히 와도 돼
- 김하늘 시, 「안단티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