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슬슬
은모든 | 숨쉬는책공장
10,800원 | 20190705 | 9791186452462
주류酒類문학의 신예, 은모든 작가가
열 가지 술을 테마로 선보이는
소설 + 에세이 + 테이스팅 노트
“마냥 마시니,
슬슬 취한다.”
《마냥, 슬슬》을 쓴 은모든 작가는 《애주가의 결심》으로 2018 한경 신춘문예 소설 부분을 수상하며 등단, 주류酒類문학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마냥, 슬슬》은 은모든 작가가 ‘술’을 테마로 쓴 두 번째 작품이다.
술은 때로 우리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준다. 물론 때로 골칫거리를 안겨 주기도 한다.《마냥, 슬슬》은 일상에 녹아든 술과 우리의 모습을 ‘소설’과 ‘에세이’ 형식으로 담는다. 소설과 에세이는 각각 5편씩이고 각 소설과 에세이 마지막 부분에는 소설과 에세이에서 등장한 술에 대한 은모든 작가만의 ‘테이스팅 노트’가 들어 있다. 테이스팅 노트는 모두 10개로 와인, 맥주, 막걸리, 칵테일 등을 다룬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냥, 슬슬》은 열 가지 술을 테마로 한 ‘소설 + 에세이 + 테이스팅 노트’를 담은 문학 작품집이다.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여성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다섯 편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술을 한 모금씩 시음해 보듯, 휴일이면 다른 인물로 변신해 보기도 하고, 이별을 예감하고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와인을 병째로 나발 불기도 하고, 하룻밤 만에 세대와 세월의 거리를 뛰어 넘어 함께 축배를 들기도 하고, 불안이 짙어져 불면을 대동하는 밤이면 위스키 잔을 그러쥐기도 한다.
이렇듯 술잔에서 흘러넘친 이야기를 통해 여린 존재들이 직면한 고립과 소외감을 응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들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탐색한다. 또한 각각의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밀접하게 맞닿아 이어지도록 일종의 옴니버스 식으로 직조돼 있다. 소설에 이어진 테이스팅 노트에는 소설이 마무리 된 시점 이후 등장인물의 상황을 언급하여 일독 후 다시 읽는 재미, 작품 간의 연결점을 찾는 재미를 더한다.
경쾌한 필치로 엮은 다섯 편의 에세이는 일과 후 해피 아워에 즐기는 ‘기네스’, 여행의 끝을 밝혀 주는 ‘불바디에’, 세계를 확장시키는 산뜻한 선택, ‘논알코올 음료’, 빈 냉장고 속처럼 마음속도 텅 비었을 때 만든 ‘임시변통 칵테일, 위스키플로트’, 간소하지만 호사스럽게 계절의 맛을 즐기는 ‘한산소곡주’까지, 알코올의 농도도 술잔을 기울이던 순간의 감촉도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
술은 호불호의 영역에 자리한다. 누군가는 술을 즐길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술을 멀리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숙명처럼 펼쳐지는 시간이다. 《마냥, 슬슬》은 술이 주변에 놓인 그러한 삶과 시간, 그 속의 우리의 모습을 깊고도 또 잔잔하게 담는다. 때문에 ‘혼술’을 마시며 읽기 좋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도 “나와 당신의 심신을 해치는 음주는 사절합니다. 분연히!”라고 밝히고 있듯이 《마냥, 슬슬》이 과음을 부추기거나 애주가들만을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담은 《마냥, 슬슬》은 차와 함께해도 좋을 책이다.
한편 우리를 돌아보고 보듬어 주는 《마냥, 슬슬》은 ‘숨, 소리’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숨쉬는책공장 ‘숨, 소리’ 시리즈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소리, 우리 내면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