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지도 4
이용원 | 월간토마토
15,120원 | 20201120 | 9791196927349
오래된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우는 ‘대전여지도 시리즈’
네 번째 책, 서구편 출간
《대전여지도4》 서구편은 대전 마을의 고샅 고샅을 기록하는 ‘대전여지도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대전여지도 시리즈’는 대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중구의 마을을 1권에, 아름다운 대청호의 풍광이 있는 동구의 마을을 2권에, 대전 5개구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유성구의 마을을 3권에 담았었다.
이번 책에 담긴 지역은 대전의 서구이다. 서구는 둔산동 일대를 중심으로 관공서, 상업시설, 주거 시설 등이 밀집한 대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다. 《대전여지도4》는 서구의 중심부가 아닌 외곽 지역에 남아 있는 마을들을 주로 다룬다. 산과 하천에 기대 집을 짓고 농토를 일구며 살아가는 전통마을의 모습에서 서구가 개발되기 전 옛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1부 〈갑천, 마을을 감싸 돌고〉에서는 봉곡동, 정림동, 흑석동, 장안동, 평촌동에 자리한 열 개 마을을, 2부 〈세월에 묻힌, 재미난 시절〉에서는 용촌동, 원정동, 매노동, 복수동에 자리한 열세 개 마을을 다루었다. 갑천과 두계천이 이 마을들 사이를 흘러간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갑천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아파트가 들어선 곳의 대부분은 강변이었다. 별도의 시설 없이 그냥 삽으로 떠 담으면 모래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강 백사장이었다. 원정림에서 만난 주민에 따르면 1960년대 제방을 쌓으면서 굽이굽이 흐르던 갑천 길은 반듯하게 되었고 제방 바깥쪽으로 우성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었다.(본문, 31쪽)” 여름 내내 첨벙거리는 수영장이고, 빨래터이자 목욕탕이었으며,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해먹던 갑천의 정다운 시절을 어르신들은 추억한다.
이 가운데는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도 있다. 평촌일반산업단지에 속하게 된 평촌동과 매노동에 자리한 마을이다. 와촌마을, 질마루마을, 나정이마을, 항골마을. 이름도 정겨운 이 마을들의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은 너른 들이 콘크리트에 속절없이 묻혀 버릴 수도 있어 그 풍경이 더욱 애틋하다.
마을들은 아름답다. 둥구나무는 푸른 가지를 뻗으며 마을을 굽어보고, 여전히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 위로 새가 날아든다. 도시는 급격하게 팽창해 이들의 존재를 지우려 하지만, 옛 모습 그대로 묵묵히 살아가는 정다운 사람들과 여유가 그곳에 있다. “냇물을 건너며 한가운데서 물 흐름을 바라보는 것이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한참을 서 있어도 빨리 가라 재촉하는 이 하나 없다.(본문, 95쪽)”
저자는 마을 하나하나마다 작은 보물들을 찾아낸다. 그 보물들에는 사연이 제각각 담겼다. “저 시집왔을 때도 저 나무는 어지간히 컸어요. 마을에서는 세 형제라고 불렀어요.” 마을을 지키고 선, 100년이 다 되어가는 향나무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을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 좋은 시절, 아이들이 모여 “참새 찌꾸르 찌꾸르” 하는 것처럼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던 옛날이 참 좋았다고 한다. 마을에는 집과 길, 우물과 나무, 그리고 오래된 공동체가 묵은 향을 풍기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저자는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어 전한다. 마을은 제 각각의 운명 속에 끝내 소멸한다 해도, 사라져서는 안 될 이야기를 찾아 여기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