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친구

사람들은 흔히 빔 벤더스를 가리켜 ‘독일의 전후 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감독이자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라고 말한다. 혹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거대한 자본과 시류에 휩쓸리는 법 없이 실험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화감독이라 정의한다. 이렇듯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 벤더스 감독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사진을 처음 찍었던 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일곱 살 때 처음 사진을 찍었고, 열두 살에는 자신만의 암실을 만들었다. 열일곱 살에 비로소 첫 번째 라이카 카메라를 갖게 된 그는 평생 수많은 사진을 찍어왔다. 벤더스의 사진은 그의 영화를 닮아 있다. 때론 영화의 정지화면이나 스틸 컷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스크린 너머에 두고 온 여정을 기록한, 뒤늦게 도착한 여행수첩 같기도 하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와 그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주체의 시선을 동시에 반영하는’ 사진의 특성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영화 속에서 늘 어딘가로 이동하는 인물들을 좇아 여행을 하며 ‘길의 왕’이라는 작품도 만들었던 그가, 화면 밖에서 무엇과 마주쳤는지는 오직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 단 한 순간, 단 한 번 존재했던 풍경, 사람, 사물을 예리하게 포착한 그의 사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면에 배치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감독으로서 빔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1984)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베를린 천사의 시」(1987)로 다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평생 놓지 않았던 음악적 관심에 몰두하여 만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역시 빔 벤더스란 이름에 한층 새롭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얹어주었다. 그리고 2011년 봄, 그는 새로운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2009년 세상을 떠난 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남긴 다양한 주제의 안무를 스펙터클하게 재현한 3D영화 「피나」가 그것이다. 그가 절친한 친구 피나 바우쉬와 공동으로 준비했던 이 영화는 그녀에게 바치는 오마주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새로운 정서적 떨림을 안겨주는 프로젝트라는 평이다. 그는 현재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사진작가인 부인 도나타와 함께 베를린에 살고 있다.

1955년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이후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 비롯 <이지 라이더(Easy Rider)>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등 굵직굵직한 영화에 출연, 명연기를 펼친 데니스 호퍼는 1936년 캔사스 닷지시티 출생. 현재까지 132편의 영화에 출연, 영화를 빛낸 호퍼는 연기 외에도 <이지 라이더> 등 7편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마지막 영화(The Last Movie)>와 <아웃 오브 블루(Out of the Blue)> 등 4편의 시나리오를 쓰는 한편 편집에도 참여해 영화적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한 인물이다. 다소 와일드한 인상을 소유한 호퍼는 어릴때부터 극단쪽에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하지만 연극쪽에서의 성공해 총망받는 젊은이였지만 그 당시 영화계에서는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에 깊은 좌절을 느낀 호퍼는 잠시 약물 중독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가장 음울했던 기간으로 평가되는 이 시기에 호퍼는 <이지 라이더>를 연출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했다. 히스테리와 광란으로 휩싸였던 그 시기가 <이지 라이더>와 <마지막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후 그는 자신을 되찾기 위해 무척 노력했고 세익스피어 연극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연기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후 그는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과 <럼블 피쉬>를 비롯 샘 파킨파의 <오스터맨(The Osterman Weekend)>,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 등 거장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안정기에 접어든 호퍼는 <아웃 오브 블루> <범죄와의 전쟁(Colors)> 등을 연출하는 가하면 <트루 로맨스> <바스키아(Basquiat)> 등에 출연하면서 독특한 캐릭터를 쌓아왔다.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영화라면 어느 작품이건 마다하지 않는 호퍼는 현대적인 아티스트 100명에 들정도로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포트 워드, 덴버 등의 예술 박물관에 그의 사진이 전시돼 있을 정도며 일본 갤러리에서 그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호퍼는 어린 시절 캔사스 시티에 살면서 전설적인 화가 토마스 하트 벤톤(Thomas Hart Benton)에게 미술을 배운 적이 있다. 화가 벤톤은 호퍼의 재능을 일찍이 발견, 그에게 "너는 삶을 꽉 채우는 것을 발견할 게다. 그러면 그림은 버려라"고 말했다고 한다. 화가의 말대로 호퍼는 스크린에 자신의 인생을 투사하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그가 천부적으로 가진 재능은 물론 영감을 영화에 쏟아 부었다. 2009년 10월 전립선암 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해 오다 2010년 5월 29일 전립선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941년 3월 22일 취리히에서 이탈리아인 어머니와 스위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리히 연극학교에 입학하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고향인 스위스의 취리히와 독일 뮌헨 등의 무대에서 연기 활동을 펼친 그는 1973년에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연극으로 올해의 배우에 뽑히기도 했다.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그는 ‘에릭 로메르 Eric Rohmer’ 감독의 (1976)에서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 후 그는 동시대의 위대한 독일 감독들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 ‘폴커 쉴렌도르프 Volker Schlondorff’, ‘빔 벤더스 Wim Wenders’와 작업을 하며 세상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독일 감독들과의 작업 외에도 ‘알랭 타네 Alain Tanner’,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doros Angelopoulos’,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감독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특히 <미국인 친구 The American Friend >(1977) 로 만난 ‘빔 벤더스’ 감독과는 <베를린 천사의 시 Wings Of Desire>(1987), <멀고도 가까운 Faraway, So Close!>(1993)에 이르기까지 여러 편의 영화를 작업했다. 1982년부터 그는 무대로 돌아가 페터 스타인, 뤽 본디, 클라우스 미카엘 그뤼베르 등이 연출한 연극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