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평론 창간호

창간사
법학평론 편집위원회
6

연구논문

역사의 희생자들과 법: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소멸시효의 적용문제
조용환
8

재산권, 독특한 기본권: 헌법상 재산권 규정의 이해
이황희
110

황금들녘의 아름다움: 법해석의 한 단면
- 임대주택법상의 임차인에 관한 해석 문제 -
김재형
200

회생절차에 있어서 담보권 취급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박용석
244

비상장주식 가격 평가의 제 문제: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중심으로
김상곤·박영욱
344

해상/항공운송의 책임제한 배제사유
김현
390

해외투자펀드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제도의 문제점
강석훈·정광진
422

국제중재절차에서의 서류공개의무와 그 예외로서 변호사-고객간 특권에 관한 연구
김갑유·양성우
460

학생논문

의약품 부작용과 국가배상책임:
대판 2008. 2. 28. 2007다52287을 중심으로
박성민·주동진·이재근
510

법학평론 투고 규정

1) 대한민국의 형성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성역’에서 다시 ‘불러낸’ 국가가 할 일은 그들에게 빼앗긴 자리를 되돌려주어 법공동체의 온전한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을 통해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세움으로써 비로소 우리 사회가 온전한 법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갑자기 망설이면서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잘못 배달된 초대장을 들고 온 손님을 돌려보내듯이, 알고 보니 당신들은 이 잔치에 초대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믿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적합한 것인지,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국가의 모습에 어울리는 것인지, 재난의 20세기를 견뎌내면서도 끝내 간직해 온 ‘민주공화제’의 꿈에 적합한 것인지 관심도 없어 보인다.(조용환, 역사의 희생자들과 법 :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소멸시효의 적용문제, P.11 )

2) 혹자는 재산권이야말로 헌법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며, 재산권의 보호야말로 헌법의 탄생 배경이자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혹자는 재산권은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도 제한성이 크고 다른 구성원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 등과 같은 여타 기본권들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이와 비견되는 첨예한 시각차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재산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상이한 관점들의 날선 대립은 재산권의 논쟁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타 기본권들 역시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난한 논쟁을 거쳐 비로소 기본권으로서의 시민성을 획득하였다고 해야겠지만, 그 논쟁의 치열함과 강도의 정점에는 바로 재산권이 존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아가 재산권은 역사적 내력의 측면에서도 다른 기본권들과 구별되는 한편, 기본권 규정형식의 측면에 있어서도 다른 기본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보인다.(이황희, <재산권, 독특한 기본권 中, 112P)

3)
여기 가을 들녘의 황금물결을 노래하는 ―그 모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판결문이 있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던 화제의 이 판결은 법해석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판결을 소개하고 이 판결에서 제기되는 법해석의 몇 가지 문제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美文의 판결을 글쓰기의 대상으로 삼는 위험을 감수하고 판결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 판결에서 제기한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어 법적 논증의 대상으로 삼아보고자 한다.

-김재형, <황금들녁의 아름다움 : 법해석의 한 단면 - 임대주택법상의 임차인에 관한 해석 문제 中, 2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