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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01070773
· 쪽수 : 438쪽
· 출판일 : 2007-10-11
책 소개
목차
1부 빛의 궤도
2부 유희의 명인
3부 성스러운 세계
4부 위대한 기적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코페르니쿠스 연보
리뷰
책속에서
프라우엔부르크. 그 촌구석. 발트 해 옆에 달라붙어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곳. 언젠가 하느님께서 딱지를 떼어내듯 기쁜 마음으로 떨쳐 버리실 만한 곳이었다. 처음 회색 요새 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때는 1593년, 아마도 열므인 것 같다. 비록 당시 비가 억수로 쏟아졌고 바닷가에서는 냉기가 실린 눈바람이 불었지만 말이다. 요새 안에 빽빽이 들어선 움켜쥔 주먹만 한 집들을 기억한다. 움켜쥔이라는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그게 바로 프라우엔부르크다. 무지함과 비참함, 가톨릭 전통을 꼭 움켜쥔 곳이다.
비텐베르크를 버리고 떠나온 대가가 겨우 이건가? 친구, 동료들, 대학을 버리고 온 것이 겨우 이것을 위함인가? 그렇다고 비텐베르크가 훨씬 더 낫다는 말은 아니다. 엇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빈약함에서 차이가 났다. 비텐베르크에 있는 대학 복도에서는 여전히 자유와 변화,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해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종교 개혁가의 소란스러운 큰소리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족속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잘난 이야기 뒤에는 이 세사이이 썩고 썩어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공포와 절망이 숨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있다고 나도 믿었다. (아니 믿는다고 스스로 납득시켰다.) 그리고 나는 신이 나서 그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무리에서 최고라 불리는 사람들과 지껄였다. 달리 내가 어찌할 수 있었겠는가? 스물두 살에 나는 위대한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가르쳤다. 어린 나이에 세상에서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관대하고 후한 총애를 받으면, 그 세상이 주장하는 애처로운 허구를 지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나는 프라우엔부르크 성문 안에 있다. - 본문 28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