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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01077277
· 쪽수 : 543쪽
· 출판일 : 2008-01-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푸딩처럼 흐물거린다. 무릎이 꺾이면서 이불 위로 쓰러졌다. 그때 겐타는 자신이 서프팬츠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무리하지 말고 그냥 편히 쉬시우."
할머니는 자신이 집 주인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방구석에 앉아 머뭇머뭇 손등을 문지르고 있다.
"입고 있던 잠방이는 너무 많이 찢어져서 벗겨서 밖에 널었지."
할머니의 햇볕에 그을린 뺨이 거무칙칙해졌다.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았다. 바다에 들어가면 느슨해지기 때문에 서프 팬츠 끈은 조금 세게 매어야 한다. 오마이갓! 그렇다면 내 걸 봤단 말이야?
"나중에 훈도시를 내어줄테니 그걸 차시우." "네?"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할머니의 얼굴을 쳐다봤다. 할머니는 변명하듯 얼른 덧붙였다.
"죽은 영감은 훈도시만 쓰던 사람이라, 우리 집에는 댁이 입었던 것처럼 화려한 속옷은 없다우."
"영감 게 좀 작을지 모르지만” 겐타의 아랫도리를 흘끗 훔쳐본 할머니가 슬며시 웃었다.
"꽤 훌륭하던 걸..." - 본문 45쪽에서
어디선가 자기 목소리인지 분명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정당한 전쟁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전사(戰死)에는 존귀함도 천함도 없다. 책임자 새끼들 다 나와! 거리 500. 구축함 포대에 서 있는 미군 병사의 모습까지 뚜렷이 보였다. 얼굴이 새빨갰다. 화를 내는 걸까? 아니면 겁먹은 걸까. 가이텐이 명중하자마자 곧바로 탈출하는 거야. 전쟁에서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쟁은 죽을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곳에 있는 놈들이 계획하고 명령하는 거다. 또다시 가까운 거리에 포탄이 떨어졌다. 사고가 뿔뿔이 흩어진 머리는 벌써 날아가 버렸는지 새하얗다. 긴장을 늦추자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발동간을 쥐고 있었다. 미나미, 미나미. 텅 빈 머릿속으로 겐타는 자꾸만 미나미의 이름을 불렀다. - 본문 534~53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