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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88554201
· 쪽수 : 324쪽
책 소개
목차
1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_Part 1(가을·겨울편)
감자 애송이의 발아 10
뿌리채소는 어느 날 갑자기 16
씨뿌리기라기보다는 콩뿌리기 22
화원의 살육 28
토마토와 가지의 인연 35
이름 없는 꽃의 이름 41
당근에게는 아픈 기억만 주었다 48
조금만 더 빛을 주세요 54
선택하는 자의 황홀과 불안 60
식물의 간격 이야기와 어째서인지 인구문제 66
누에콩밭 일곱 무사 73
꿀벌을 기다리며 79
유망 신인을 발굴하라 85
2부 지극히 좁은 여행 노트
공백을 여행하다 92
승객 중에…… 95
스즈키 씨는 알 턱이 없다 98
그래도 하늘은 푸르다 10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또다시 터널이 있었다 105
심오한 끝말잇기의 세계 108
아이디어는 전철 밖에 떨어져 있다 112
도시락은 이벤트 115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 119
역 데자뷔 123
도쿄와 고향의 온도차 126
자전거의 속도 130
선물 문제 133
꽃의 생명은 짧고 136
알아둬야 할까, 알아두지 말아야 할까 139
외출을 싫어하는 아버지와 1박 2일 142
축하 현수막이 펄럭펄럭 145
농업이 있는 풍경 148
추억은 마음의 필름에, 후훗 151
온천여행 간 까마귀 154
야간기차와 달을 삼킨 하늘 157
무기력한 정월 이야기 160
후지산의 확률 163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진 긴 여행, 이라나 뭐라나 167
3부 지극히 사적인 일상 스케치
외국인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아? 172
2월은 못된 아이 176
오늘도 전파가 닿지 않아 181
이름이 없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186
세 가지 선택지 중에 루미코 씨 191
알아도 득 될 것 없는 엄청 느리게 책 읽는 기술 194
안녕, 대물 거시기 201
고고한 철학자에게 감사를 205
원츄 210
소설에 참전 213
우시아나 마을 관광안내 222
스스로 쿨하다고 말하는 것은 쿨하지 않은 것 228
전설의 밴드 233
무척 부끄럽고 무척 그리운 236
네시를 보고 싶어! 238
오이 다진 고기 볶음 241
간접광고 방송의 범람 245
그날로 타임슬립 248
운동회치고 대단한 녀석 251
‘결혼’이라고 쓰고 ‘만담 콤비’라고 읽는다 254
남자의 육아 257
돌다리를 두드리지 마라 261
우리 집의 고교야구 꿈나무 264
바람에 실려: 밥 딜런 일본 투어 2010 관람기 271
4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_Part 2(봄·여름편)
지극히 작은 농장 리뉴얼 오픈 공지 282
4월에는 밭에서 저를 찾아주세요 285
그래도 오이는 휜다 292
수박 결혼시키기 298
토마토는 가학적인 과보호로 304
가지는 의외로 괜찮은 놈일지도 몰라 309
그대여 아는가, 남쪽의 과실을 315
작가의 말 319
리뷰
책속에서
취미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으음……”이나 “어, 그러니까……”라며 일단은 말을 흐린다. 상대방이 “특별히 없으신가 봐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사실은 떠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기 때문에 “아니, 아니, 아니요”라며 고개를 젓고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고백이라도 하듯 머뭇머뭇 이렇게 말한다.
“취미로 집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어요.”
가드닝이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빠르겠지만 그런 세련된 단어를 나 같은 아저씨가 입에 올리기는 낯간지럽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몰두하고 있는 일은, 얼마 전에 봄에 꽃이 피는 스위트피 종자를 심었어요, 호호호,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채소’다. 오이와 가지와 당근을 키운다.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멋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미라면 역시 서핑이지”라며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자신 있는 미소를 짓거나, “음악을 조금 하는 정도랄까요”라며 겸손해하면서도 “이번에 라이브 하니까 보러 오세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 무밭에 비료를 줄 건데 구경하러 오세요”라고 말해본들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까.
_〈감자 애송이의 발아〉
정원 텃밭을 일구고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가끔 “어머, 꽤나 다정한 취미를 즐기시네요”라는 분위기의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다정한 사람은 채소밭 일구기도 원예도 할 수 없다. “다양한 색의 팬지를 귀여운 발이 달린 화분에 심었어요, 호호”라며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산 밀짚모자를 흔들면서 웃는 부인이라도 화원의 그늘에서는 이렇게 벌레를 끊임없이 압살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산 샌들이나 다른 무언가를 이용해서.
_〈화원의 살육〉
꽃이 피는 식물의 원예는 꽃 이름도 도구 디자인도 아저씨를 거절하는 느낌을 풍긴다고 생각하면 피해망상일까. 직접 만드는 케이크를 파는 가게나 작고 세련된 파스타 가게 같은 곳도 종종 있잖아요, 중년 남성을 배제하는 목적으로 붙인 것 같은 이름이.
‘가을빛 펌프킨 파티’나 ‘변덕쟁이 숲속 요정들의 링귀니’라니 말할 수 없어요. 입이 귀까지 찢어진다고 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만 말하며 주문했을 때 “네? 어떤 메뉴 말씀인가요?”라고 되묻는다면 옆에 적힌 나폴리탄으로 슬쩍 손가락을 옮깁니다.
_〈이름 없는 꽃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