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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01119151
· 쪽수 : 596쪽
· 출판일 : 2011-03-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추방된 자다.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이 어떠했는지 잠시 뒤돌아보려 한다. 그동안 숱한 광기를 마주하고 인간성의 격돌이 일으킨 난투와 충돌과 잔인무도함을 목도하는 와중에도, 몇몇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사랑, 정열, 약속, 더 나은 무언가에 대한 희망의 순간들. 하지만 눈앞에 하나의 영상이 나타난다. 이제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그 영상이 보인다. 나는 샐린저의 ‘파수꾼’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기 전에 방패막이가 되어주려고 열심히 지켜보고 기다리고 또 귀 기울였다. 한번 떨어지면 다시 찾아내지 못할 테니까. 아이들은 사라졌다. 사라졌지만, 기억에서 잊히지는 않았다.
이것이 내 인생이었다.
“네 심정을 글로 적어보렴. 글을 쓰면 두려움과 증오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 편견과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어. 글을 쓴다는 건 적어도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야……. 자기 생각을 세상에 표출할 수 있고, 누가 그걸 읽어주든 말든 이해해주든 말든, 더는 자기 안에 가둬두지 않아도 돼. 마음에 계속 가둬두면…… 계속 그러면, 언젠가 폭발하고 말 거야, 조지프 본.”
나중에 수년이 지난 뒤에, 그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인지 증명되었다.
두 달 뒤면 열다섯 살이 될 무렵, 8월 3일 아침에 우리 집에서 채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왼손 없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죽어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다음 날 나는 신문기사를 오려 다른 기사들과 같이 상자에 넣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진땀이 나고 손이 떨렸다. 종이를 똑바로 자를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으며, 그다음에는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이야기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