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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01148977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2-07-26
책 소개
목차
떨어지는 단추들
기억나지 않는 이틀
반짇고리 파는 노인
어느 단독 가구주의 겨울 주소
북쪽 바다의 왕
배 카페 뒷집
고독의 기법
세상만사 상담소
역광장
평화호텔
비무장지대
오픈 더 킹덤
사라수 탁자
들판의 노인
눈 덮인 숲속에서
돌처럼 깨어지는 눈물
사물이 하는 말
담요일 수도, 빗방울일 수도 있는
새들이 떠난 여백
에필로그 - 푸른 심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새엄마는 내 손과 팔을 동시에 잡았다. 완강한 힘이었다.
“희수야.”
새엄마가 내 이름을 분명하게 불렀다.
“부탁이 있다.”
새엄마의 침침한 눈이 허둥거렸다. 나를 잡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인간이 이렇게 절실할 수 있다면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다. 원장이 놀란 눈으로 새엄마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두세요.”
나는 원장에게 낮게 명령했다.
“유란이 좀 찾아다오.”
순간, 두피 아래에 차갑고 끈적한 액체가 쏟아진 것 같았다.
아이는 찾는다기보다 찾는 시늉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언니…….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도 성모상 주위로는 오지 않았다. 한순간 성모상을 힐끗 보다가도 겁에 질린 얼굴로 외면했다. 오빠, 언니……. 아이는 의문이 실린 독백처럼 우리를 부르며 성당 뒤 정원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더니 지워지듯 모습을 감추었다. 담 밖에서 오빠가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앞뒤 살피지 않고 내달렸다.
그런데 나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성당 문 앞에서 돌아보니 거대한 성모상이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뒤쫓아오는 듯했다. 쿵, 쿵, 쿵……. 성모상이 달려오는 발소리인지 내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소리는 그 후로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기울거리를 잘 생각해둬. 우린 또 만날 거니까 그때 꿰매줄게.”
노인은 꿰매기만 하면 세상만사 다 해결된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나 직업적으로 살고 직업병을 가지고 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걱정 마. 이제 곧 남편 마음이 돌아올 거야. 단추를 달아주면 돌아선 마음도 되돌릴 수 있어. 내 바느질은 특히 효험이 좋지. 완전히 갈라진 부부도 다시 붙여놓는다니까.”
나는 멀뚱하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지. 자기의 사랑을 지키는 사람과 자기의 미움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