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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방송연예인에세이
· ISBN : 978890115651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3-07-23
책 소개
목차
1장 에펠탑
마리벨의 세입자 리스트
마르틴, 그녀는 외로웠다
실비안의 프랑스어 연극 수업
오세안, 그 뜨거운 프랑스식 사랑
에펠탑을 코앞에 두고 산다는 것
파리지앵이 되는 조건
엄마 아빠의 파리 축제
식당 주인 무슈 피르맹
프랑수아즈의 주름은 왜 멋진가
프랑스 여자들이 가진 미의 철학
등수가 없는 나라
2장 마카롱
크루아상의 재발견
울랄라~ 크리스마스 대소동
헤밍웨이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파리 속 영화, 영화 속 파리
작가님, 제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꽃미남 소방대원 3인방
프로방스의 여름
제네비브가 들려준 ‘낭만에 대하여’
모딜리아니가 살아 있는 카페
보니외, 그리고 첫 문장의 탄생
3장 미모자
‘루이 필리프’에는 줄리 델피가 있을지도 모른다
80퍼센트의 고통과 20퍼센트의 기쁨
베트남 쌀국수 예찬론
이별 파티, 그대가 있어 좋았다
꽃가루 휘날리는 엑상프로방스
고흐의 흔적을 찾아서, 아를
미식가들의 천국, 리옹
꽃과 바다의 선물, 봄레미모자와 포크로 섬
결국 마지막 문장에 점을 찍었다
4장 샴페인
일요일 아침의 철학카페
오를레앙, 시를 쓰는 미용사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인터뷰
프랑스 토크쇼의 대스타 아르디송
알프스에서 스키를 배우는 법
몽믈랑 산 할머니
세 자매의 지중해 여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프롤로그 중에서
‘결혼생활의 실패’라는 파도와의 사투. 그 공포의 터널을 지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외출을 거부한 채 스스로 세상과 격리되었다. 커튼을 꼭꼭 닫아 암흑이 깔린 방에 시체처럼 누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이 며칠 밤낮이었는지 모른다. 겨우 일어나 생활을 시작하긴 했지만 샤워를 하다, 수프를 끓이다, 혹은 텔레비전 퀴즈쇼를 보다가도 난데없이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요가를 시작하고 펀치 볼과 권투 글러브를 사들였다. 요가는 내 영혼에 평화를 되찾아주었고, 권투는 남은 울분을 털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운동하는 것 이외의 모든 에너지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데 쏟아 부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발코니에 나가 햇살을 즐기며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수년 전부터 미뤄왔던 번역 일까지 실행에 옮길 용기를 냈다.
악몽 같은 시간을 그렇게 온몸으로 버텼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힘이 빠져버리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다. 서핑을 하다 깊은 물에 빠졌던 소년이 보드 위에 올라 중심을 잡고 고래처럼 큰 파도를 즐기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 그럴까. 300페이지가 넘는 장편 번역을 끝내고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친 2009년 봄, 그때가 바로 내가 파도 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힘겨운 고비를 이겨내자 그제야 두려움이 사라졌다. 삶에 대한 공포는 정말로 위험에 처한 사람이 아니라, 정면대결을 피하는 자들의 몫임을 깨달았다. 다시 한 번 근사하게 파도를 타기 위해 새로운 바다로 옮겨가고픈 욕망이 꿈틀거렸다. 더 거칠고 높은 물결이 일겠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과 바다 속 세상 역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베란다 청소를 하다가,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꽃나무의 바짝 마른 가지에 여리디여린 녹색의 새순이 돋아나 있는 것을 보았다. 죽어가던 생명이 살아나는 모습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십여 년 전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구해준 마술의 도시 '파리'로 가야 할 때가 기어이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무인도에 가서도 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는데, 내가 왜 망설이고 있었나.
사실 마땅히 이삿짐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고작해야 얼마 안 되는 옷가지와 읽고 싶은 책들에 불과했으니. 인생의 한 고비를 넘는 동안 배운 것이 있었다. 많이 버릴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자유는 커진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정한 행복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뜻대로 암기가 잘 안 될 때면 변덕스런 날씨와 매일 한 번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불친절한 웨이터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죄 없는 6천만 프랑스 사람들을 성격 파탄자로 몰아가는 혼잣말을 내뱉곤 했다. 당장 때려쳐 버릴까? 대체 이 나이에 뭘 어쩌겠다고 다시 이런 공부를 시작한 걸까? 까짓 불어 좀 못해도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데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 <실비안의 프랑스어 연극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