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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01166209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14-09-29
책 소개
목차
1부 몸져누운 남해 용왕
- 고향에 못 가는 처량한 신세
- 꼴뚜기가 뛴다고 망둥이도 뛰네
2부 토끼 찾아 삼만 리
- 호생원이 아니라 토생원!
- 달에서 쫓겨난 토끼로다
3부 꾀돌이 토끼의 도주
- 소나무 가지에 토끼 간이 대롱대롱
- 토끼는 충신이요, 자라는 죄인이라
리뷰
책속에서
땅에 사는 것들이 흔히 이런 말을 하더구나.
“땅은 어디든 사시사철 아름답고 먹을 것이 풍족하니 목숨 달린 것들이 살기에 이만한 곳이 있으랴.”
그거야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내가 물에서 반평생을 살다가, 땅에 올라와 안 가 본 데 없이 다녀 보니 땅에서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다.
봄이면 온 천지에 꽃이 핀다 한들 먹지 못하니 배곯기 십상이고, 여름이면 불 지핀 솥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마냥 더워 쪄 죽기 딱 좋다. 더위 꺾인 가을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겨울 양식 장만하려고 동동거리는 것들한테 밟혀 죽을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겨울은 어떻고. 칼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오장육부가 얼어붙어 봄바람이 불어야 녹는다.
사는 게 다 그렇다고?
천만의 말이다. 내가 살던 바다는 일 년 열두 달 덥지도, 춥지도 않다.
- 본문 ‘고향에 못 가는 처량한 내 신세’ 중에서
마침내 나는 토끼를 데리고 푸른 바다 앞에 서게 되었다.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어찌 잊으리오.
그런데 토끼가 파도가 밀려오는 시퍼런 바다를 보더니 못 가겠다고 버티었다.
“아이고, 나는 못 가겠네. 저 물이 나를 삼키려고 달려드는데 어찌 가겠나. 벼슬이고 뭐고 다 싫네.”
“거참, 토생원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매나 포수를 생각해 보시오. 이깟 물은 무서울 게 없소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든 포수든 나타나면 굴속으로 쏙 들어가 숨으면 된다오.”
“평생 어두컴컴한 굴속에서 벌벌 떨며 숨어 사시겠소? 뭐든 원하는 건 다 있는 수궁에서 자유롭게 사시겠소?”
아이고, 입 아파라. 토끼 녀석 꾀어내느라 온종일 떠들었더니 입이 아플 판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꾹 참고 토끼를 달래었다.
- 본문 ‘소나무 가지에 토끼 간이 대롱대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