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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01242200
· 쪽수 : 508쪽
책 소개
목차
런어웨이
우연
머지않아
침묵
열정
허물
반전
힘
리뷰
책속에서
그때 칼라가 해준 키스는 줄곧 실비아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아무 의미 없는 키스일 뿐이었다. 그저 힘내라거나 거의 다 됐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우리는 슬픈 일을 함께 겪은 친구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해가 났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르고 집에 있는 말들에게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실비아는 그 키스를 폐경기에 나타난다는 열감처럼 그녀의 내면에서 어마어마한 열을 내뿜으며 꽃잎을 활짝 피운 눈부신 한 송이 꽃으로 여겼다.
곧이어 그에게 아까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남자가 몸을 숙이고 자리 있느냐고 물은 일이며, 그가 자리에 앉은 일, 그녀가 계속 창밖을 내다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책을 읽어보려고, 혹은 읽는 척하려고 노력한 일이며, 남자가 줄리엣에게 기차를 어디서 탔느냐고 물은 일, 그녀의 집을 알아낸 일, 대화를 이어보려고 계속 말을 걸어서 급기야 자신이 남자를 두고 나가버린 일까지 모조리.
줄리엣은 다시 아이가 되어 이 집에 사는 꿈을 꾸었다. 그렇지만 꿈속에서 방의 위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낯선 방 중 한 곳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줄리엣은 물살이 호를 그리며 공중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물은 호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가 등을 돌린 채 정원에 물을 주고 있었다. 어떤 형상 하나가 산딸기밭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다가 잠시 후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이린이었다. 단, 유연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의 아이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