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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01272597
· 쪽수 : 116쪽
책 소개
목차
갈림길
긴 하루
잠이 오지 않는 밤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중학교는 최대한 멀리 갈 거야. 기숙사 있는 데로 갈 거야.”
나는 단호한 유나의 말에 내심 놀랐다. 졸업하려면 아직 일 년 반이나 남았는데, 유나는 꽤 오랫동안 그 생각을 해 왔던 모양이었다. 계획이 구체적이었다. 입학 원서 낼 학교도 이미 여러 군데 찾아 놨다고 조잘거렸다.
말도 잘하고 글씨도 예쁜 솔이. 솔이랑 단둘이 어딘가를 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다른 애들한텐 얘기하지 마, 미래야. 같은 5학년이라도 걔넨 이런 일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내 손목을 잡던 솔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솔이가 소곤거리듯 가까이 다가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정말이지 날아갈 뻔했다. ‘감당’이라는 어려운 말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던지. 복도를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 말을 들은 뒤부턴 애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훗, 하고 웃곤 했다. 너흰 어려, 어려, 어려.
엄마는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소라를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와 이혼 소송 중인 전 아빠의 딸을 어떤 얼굴로 맞아야 할지 몰라 불편했다. 민망한 얼굴로 서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소라의 맨발을 보자, 신고 있는 두툼한 털양말이 괜히 신경 쓰였다. 엄마는 소라에게 양말을 가져다주고 담요를 둘러 주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게 했다.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더니 곧 차 키와 지갑을 챙겨 나갔다. 그렇게 아침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빈집에 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