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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28842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09-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할머니라는 섬1
사라지지 않는 단 한 사람 | 책상에서 태어난 아기 | 색종이 모빌 | 노병래 | 슬프면 슬픈 대로 살고, 좋으면 좋은 대로 살고 | 서툴렀던 사랑 | 할머니라는 섬 | 당연하지 않았던 것 | 치매 중기입니다
12장 기억이 사라져도 기억되는 사랑1
무표정한 거울들 | 못 먹어도 고! | 할머니의 자기소개 | 롱이네 회춘 네일숍 | 우리는 동화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 온기 | 소울 푸드 | 크리스마스의 추억 | 퐁당퐁당
13장 할머니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1
아직 할머니를 만질 수 있다 |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습니다 | 옘병, 지랄이여 | 섬망 | 이 할머니는 치매가 아닙니다 | 뜨거운 감자, 요양원 | 할머니의 삶은 여전히 진행 중 | 할머니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순수한 사랑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스며들어, 할머니가 웃는 게 좋아서 막춤을 추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아 보여도 할머니가 웃으면 그만이다. 내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웃으면 내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것. 그게 사랑임을 오랜 친구인 할머니를 통해 배웠다. 나에게 오롯이 전해진 최초의 사랑은 그렇듯 선명하게 남았다.
“슬프면 슬픈 대로 살고, 좋으면 좋은 대로 살다 보면 당신들도 이렇게 오래 살아요.” 할머니는 이 말을 할 때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때로는 흘려보내고 때로는 간직하며 살면 살아진다는 말. 지독한 슬픔도, 넘치는 기쁨도 결국에는 한데 섞여 하나의 삶이 된다는 말. 나는 이 문장이 “그래도 살라”는 말로 들린다.
할머니의 세계는 점점 좁아지더니 어느새 작은 섬과 같아졌다. 특별한 날에만 사람들이 배를 타고 와서 축제를 벌이는 섬, 사람들이 지친 얼굴로 떠나고 나면 그전보다 더 적막해지고 마는 외딴섬이 되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할머니의 치매는 세상과의 소통이 멈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던 뇌가 웅크리면서 시작된 병이자 지독한 외로움에서 시작된 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