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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민주주의
· ISBN : 9788920052071
· 쪽수 : 358쪽
· 출판일 : 2024-12-0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정치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chapter I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
1. 국민윤리와 ‘색깔’교육
2. 정치 불신과 정치교육(시민교육)의 쓸모
chapter II 민주시민의 복지국가
1. 나치에 대항하는 개념
2. 의대 증원_독일은 2배 늘리기 vs. 한국에선 파업
3.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함정
4. ‘킬러문항’배제 vs. 교육개혁의 본질
5. 인구 감소(저출생)와 연금 문제
6.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2부
청소년 정치교육
민주적 소통과 다름의 인정
chapter III 학교 안 정치교육
1. 교육제도의 다양성
2. 보이텔스바흐 합의
3. 학교 안 정치교육
4. 독일 교육제도의 시사점
chapter IV 학교 밖 정치교육
1. OECD 국가 중 마지막 18세 유권자
2. 주 의회의 정치교육팀과 노조의 청소년교육
3. 연방정치교육원과 교회의 정치교육
chapter V 청소년의 정치 참여
1. 자유로운 정당 활동
2. 한국 국회의원과 독일 연방의원
3. 시스템 개혁과 청년의원 증가
3부
성인 정치교육
일상의 권리 회복
chapter VI 일터
1. 노란봉투법과 귀족노조
2. 독일 노동조합의 정치교육
3. 일터에서 꼭 필요한 정치교육
4. 상생하는 비전형적 교용관계
5.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chapter VII 주권
1. 정당과 정치재단의 정치교육
2. 일상 속 시민교육의 효용성
3. 제도의 문제점을 자각할 수 있는 교육
4.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주권 회복
5. 이상하게 변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6. 반드시 알아야 할 국회의원 선거의 쟁점
chapter VIII 분권(자치)
1. 독일 시민대학의 정치교육
2. 연방제와 지방분권
3.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발전
4. 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
5. 독일의 통일엔 정치교육이 있었다
6. 극우 정당의 급부상과 정당민주주의의 위기
[부록]
1.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의 발간물 사례
2. 저자의 정치교육 사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치교육의 본래적 의미
다른 중요한 하나는 교육의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흔히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할 때 그것이 어떤 교육이며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떠오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내용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연수원에서 펴낸 『민주시민교육의 이해』라는 책자는 ‘민주시민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선거·정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적 가치와 지식·능력 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함양하는 학습.”
동시에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위의 정의를 음미해 보면 시민교육보다 정치교육이라고 부를 때 의미가 더 명료해 보입니다. 물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서 정치교육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불신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같은 의미로 주로 ‘정치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이와 같은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학생이나 일반 시민이 이런 교육을 받고 독재정권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면 정권에 저항하거나 반정부 투쟁에 나서게 될 테니까요. 반면 정치적 정통성을 갖는 정권이 들어선 민주국가에서는 시민·정치교육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하므로 오히려 장려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독일 연방학생회, 16세 선거권 요구
반면 독일교사협회(Deutscher Lehrerverband; DL)**는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데 다소 회의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가 가능한 나이를 16세로 낮춘 것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태도를 보였습니다. DL의 스테판 뒬(Stefan Dull) 회장은 연방과 주 선거에 청소년의 투표를 허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성숙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최소한 18세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일교사협회 회장은 “선거권 나이를 낮추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투표권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 중 대다수는 복잡한 면을 지닌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정치에 관한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또한 그것은 가정, 사회, 청소년 자신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쨌든 학교는 정치교육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녹색당 출신의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장관인 리사 파우스(Lisa Paus)는 독일교사협회의 입장에 반대해 투표권 나이를 낮추는 데 찬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편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16세와 17세의 유권자는 2023년 말 기준 약 1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모든 선거에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이를 18세에서 16세로 낮추자는 주장과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2020년에 들어서야 19세 선거권을 18세로 낮췄습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둘러싸고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보다 성숙하지 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을 지나치게 입시에만 매달리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자신의 기득권 때문에 젊은 유권자가 추가되는 것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 14개 주의 학생들이 모여 2004년에 설립한 조직.
** 독일노총 산하의 교원 노조 외에 가장 큰 단체인데, 4개의 우파 교사단체가 1969년 연합해
설립한 조직으로 약 16만 5천 명의 교사로 구성돼 있음.
청소년의 정치 참여
독일 제20대 연방의회(2021~2025년)의 최연소 연방의원(우리의 국회의원)은 사민당의 에밀리 본츠(Emily Vontz)입니다. 2000년 10월 자를란트주 메르찌히(Merzig)에서 태어난 그녀는 현재 대학생입니다. 2016년 16세에 사민당 청년공동체(Jusos; 35세 이하)에 가입했고 이후 바로 당원이 됐습니다. 2017년부터 메르찌히-바더른(Merzig-Wadern) 지역*의 청년공동체 대표가 됐고 2019년부터는 이곳의 지역위원장이 됐습니다. 2020년 중반부터 자를란트주 의회의 사민당 교섭단체에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습니다. 이후 연방법무부장관을 지낸 하이코 마아스(Heiko Maas)가 중도에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해 2023년 1월 1일부터 연방의원이 됐습니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비례대표 명단(Landesliste)을 작성하기 때문에 누군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같은 정당의 해당권역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하게 됩니다.**
* 메르찌히-바더른 크라이스(우리의 군에 해당)는 2개의 도시와 5개의 게마인데(우리의 읍/면에 해당)로 구성되고,
면적은 556제곱킬로미터(전남 곡성군 정도의 크기), 인구는 약 10만 명임.
자를란트주는 이와 같은 6개의 크라이스(군)로 구성돼 있으며, 인구수는 약 99만 명으로,
독일에서 브레멘(68만 명)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주임.
** 독일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3부에서 자세하게 다룸.
이처럼 독일에서는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이 해당 지역의 연방의원이 됩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체로 판사나 검사, 변호사, 고위 공무원, 교수 등 중앙에서 활약하던 인사가 자신의 출신 지역에 가서 후보가 되고 의원에 당선됩니다. 특히 지방의 국회의원직은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으면서 중앙에서 성공한 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정당의 후보 선출 권한이 해당 지역의 당원에게 있지 않고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독일에서도 공천권을 중앙에서 독점하고 있다면, 본츠와 같은 22세의 여대생 연방의원이 나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공천권이 분산돼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중략...)
둘째, 독일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높은 것은 (교사나 공무원을 포함해) 누구나 정당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누구든지 손쉽게 정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14세나 16세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결정하는 주체는 정당입니다. 심지어 녹색당은 아예 연령 하한선을 없앴습니다. 또한 주요 정당은 청년 조직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母) 정당과 같은 노선을 지향하지만 별도의 조직과 재정을 가진 독립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략...)
〈독일 제19대 연방의원(2017~2021년)의 성별·나이별 구성〉 표를 살펴보면, 독일 연방의회는 의원의 나이별 통계를 출생연도별로 집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집계하는 것이 나이별 의원 수를 더 잘 나타내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 출신이 34.6퍼센트로 상대적으로 조금 많기는 하지만 1950년대 23.3퍼센트, 1970년대 26.5퍼센트, 1980년대 11.7퍼센트에서 보듯이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연령대에 골고루 분산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