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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

애자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송화진 (지은이), 정기훈
랜덤하우스코리아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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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애자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3417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09-09-11

책 소개

최강희, 김영애 주연의 영화 [애자]를 소설로 만난다. 제작 때부터 '시나리오 좋다!'는 입소문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애자]의 시나리오는 2008년 부산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천방지축 딸과 모질고 억척스러운 엄마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목차

부산의 똘스또이
뭘 꼬나보세요
청춘막장 박애자
제가 잘 돌볼게요
기막힌 동거
내 사랑 양 서방
메스를 들다
내리막길 인생
최 여사 왜 그래
엄마, 안녕
깐따삐야 꼬쓰뿌라떼

저자소개

송화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출판사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다양한 책을 쓰고 만들었다. 대표작은 『애자』로 현재 영화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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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 ()    정보 더보기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데뷔작 <애자>를 통해 일상적이고 리얼한 모녀 사이의 이야기에 폐부를 찌르는 대사와 따뜻한 감성,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더하며 감성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수상경력 2010년 13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최우수 신인감독상 2008년 부산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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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 엄마 최영희 여사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연거푸 이틀을 학교에 찾아와야 했다. 첫날은 입학식에 내 손 잡고 데려오느라, 두 번째 날에는 내가 두들겨 팬 애들 엄마와 담임에게 사과하러. 그러게, 누가 이름을 이 따위로 지으래?
“애애자아는~ 아빠 없는~ 장애자래요~ 장애자래요~.”

그렇다. 애자. 이게 바로 내 이름이다. 사랑 애(愛)에 자식 자(子). 촌스럽기 짝이 없는데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까지 한 이름. 애들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킥킥 웃으며 눈알을 굴려댔다. 왜 사랑하는 자식에게 굳이 ‘사랑하는 자식’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어서 그 사랑하는 자식을 자꾸 시험에 들게 하는 걸까. 안 그래도 팍팍한 인생인데 이름 때문에 고생이 더 별스럽다.

나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날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러대는 녀석들의 코를 한 대씩 쥐어박아 쓰리콤보로 코피를 터트렸다. 순진한 얼굴을 한 담임 선생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올 때까지 녀석들 정강이도 쓰리콤보로 걷어차 주었지. 어휴, 이 자식들이 나랑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면 이렇게 대책 없이 까불지는 않았을 텐데.

“뭔 놈의 문디 가스나가 이리 별나노!”

파란만장한 유치원 시절부터 선생님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최영희 여사는 첫날부터 무슨 망신이냐며 내 등짝만 후려쳤다. 역시, 엄마는 이름만 그렇게 지어놨을 뿐 날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피붙인데, 합의 봐야지예. 일단 진단서 보입시더.”

대머리 불도그가 기다렸다는 듯 상해진단서를 내놓았다. 최영희 여사는 우아하고 침착한 태도로 돋보기를 꺼내더니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소파의 낡은 보푸라기만 뜯어내고 있었다.

“전치 4주면…… 한 이백이면 되겠네예. 그지예?”

그동안 하도 내 깽값 물어주러 다니다 보니 척 하면 착 하고 견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보험회사에서 당장 스카우트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불도그가 대화가 좀 통하는군, 하는 눈빛으로 바뀌는 순간 최 여사가 품 안에서 꾸깃꾸깃 접힌 종이를 꺼내 내놓았다.

“근데 우리 아도 쪼매 다치가……. 아 해봐라.”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하기 힘든 상황에 어떻게 입을 벌리란 말인가.

“퍼뜩!”

최영희 여사가 손을 치켜들었다.

“아아……”

눈물을 찔끔 흘리며 입을 벌렸다. 훤히 드러난 입 안을 본 불도그와 고삐리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양쪽 어금니가 깨끗하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치 4주는 피장파장이고. 가만 있자…… 어금니 새로 박을라카면 개당 삼백에…….”

기세등등하던 불도그가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었다.

“아니, 쌈질하다 어금니도 뽑힙니까?”

최영희 여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사 마 그건 모르겠고…….”

언제 준비했는지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탁자에 탁! 올려놓는다.

“깔끔하게 한 장으로 합의 보입시더.”

자해공갈단에서 스카우트해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최영희 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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