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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25536491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10-02-26
책 소개
목차
1부: 조용한 소녀 009
2부: 이상한 계약 145
3부: 소녀를 찾아서 215
4부: 스티나의 과거 365
5부: 침묵의 소리 405
6부: 특별한 아이들 463
7부: 터널로 사라지다 525
8부: 미지의 영역 619
리뷰
책속에서
밤은 그저 하루 중 한때가 아니며, 단순히 짙게 압축된 빛도 아니다. 밤은 소리다. 대시보드에 있는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었다. 하늘에는 아직 빛이 한 점 남아 있었지만 저녁은 가고 밤이 왔다.
카스퍼는 아이들이 잠드는 소리, 개들이 잠드는 소리, 기계가 꺼지는 소리를 들었다. 전기 배관망의 피로가 줄어드는 소리와 물 사용량이 감소하는 소리, 텔레비전 켜지는 소리와 어른들이 기나긴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차창을 내렸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소리를 냈다. 새벽부터 일어난 도시는 이제 힘이 잔뜩 빠졌다. 도시는 이삿짐 나르는 인부처럼 묵직하게 가구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 무게 밑으로 항상 존재했던 불안의 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하루가 지나갔지만 도대체 우리가 이룬 것은 무엇이며, 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불안의 소리.
아니면 이건 그냥 그의 상상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신의 괴물 같은 자아와 성격이라는 거대한 필터 외에 다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던가?
사랑은 상대를 알아보는 것이다. 미지의 것에 매료되고 끌릴 수는있지만, 사랑은 신뢰 속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다. 해변에서 처음 스티나를 봤을 때부터 그는 신뢰와 믿음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었다. 지금도 그 신뢰와 믿음은 존재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지금처럼 뭔가 다른 것, 마치 미지의 대륙처럼 낯설고 정복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1악절의 끝부분, 여러 대의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것 같은 소리가 최고조에 달하는 부분에 이르렀다. 그는 어떻게 바흐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적이 없었다. 가끔 세상에는 단 하나의 ‘샤콘느’만 있는 게 아니라 끝없이 늘어나는 음의 본질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아마 우리 각자는 단 한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떠도는 유일무이한 별자리들의 끝없는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 복잡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곡가들이 품는 의문이다. 이렇게 연주하다 원래의 테마와 주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