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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25538143
· 쪽수 : 399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처음에는 소꿉놀이 같아서 재미있었다.
음식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하루에 세 번씩.
텔레비전도 하루 종일 맘껏 보았다.
처음 삼 일 동안은 좋았다. 아침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점심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저녁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리고 침대로 쏙. 온종일 생각할 게 텔레비전과 치즈밖에 없었다. 완벽했다.
전화기를 쾅 내려놓았다. 앞으로는 전화를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너무 위험하다. 나는 부엌의 잡동사니 서랍에서 빨간 펜을 찾아내 종이에다 ‘여행 중’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테이프를 들고 나가 현관문에다 붙이고 문을 쾅 닫았다.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나 혼자란 사실을 누구한테도, 그 누구한테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를 보육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이 집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래, 오브리. 가족들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엄마를 찾도록 네가 할머니를 좀 도와 다오.”
“싫어요.”
“싫어?”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쳤다.
“싫어요! 돕고 싶지 않아요! 엄마가 어디에 무엇 때문에 갔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그래, 물론 엄마가 잘한 건 아니야, 너희 엄마가 너한테 한 짓은. 하지만…….”
할머니는 최대한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엄마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한테 화내지 마세요!”
내가 소리쳤다.
“오브리. 아가, 엄마 때문에 네가 화가 많이 난 것 같구나.”
“할머니는 몰라요. 더 이상 참견하지 마세요.”
내 말을 듣고 할머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세탁물 바구니를 집어 든 채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