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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37417191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3-04-28
책 소개
책속에서
에지마 음, 마음 단단히 먹어. 약해지면 안 돼. 으그우가 죽었어.”
올란나는 그 소식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느껴지는 건 단단히 움켜잡은 카이네네의 손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니야.”
올란나가 재차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두가 당번병을 통해서 보내온 소식이야. 으그우는 현장 기술부대에 있었는데 지난주에 대대적인 공격을 받아서 그 부대에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어. 병사 중 극히 일부만 돌아왔는데 으그우는 없었어. 시신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다른 시신들도 대부분 못 찾았어.”
카이네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신원을 파악할 정도로 온전한 시신이 별로 없었어.”
리처드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 현관 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라디오 소리를 줄이고 작업하던 원고를 정돈하고 나서 현관문을 열었다. 해리슨이 서 있었다. 이마와 목덜미와 두 팔 그리고 카키색 반바지 밑으로 드러난 두 다리가 피투성이였고 붕대로 감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리처드는 기절할 뻔했다.
“해리슨! 맙소사!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안녕하세요, 주인어른.”
“공격을 받은 거예요?”
해리슨은 안으로 들어와서 누더기 가방을 내려놓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해리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가 두 팔을 들어 머리에 묶은 새빨간 붕대를 푸는 순간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면 안 돼요. 지금당장 운전사를 불러서 병원으로 가요.”
해리슨이 붕대를 홱 잡아당겼다. 머리는 깨끗했다. 상처도, 피 흘린 자국도 없었다.
“이건 홍당무 즙이에요, 주인어른.”
오데니그보가 시선을 피하며 신문을 펼쳤다. 순간 충격이 서서히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의 딱딱한 동작은, 그 얼굴에 떠오른 공포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였다.
“당신 아말라한테 손댔구나.”
올란나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길,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느냐며 화를 내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락의자에 앉은 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당신이 아말라한테 손을 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