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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5541655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11-01-28
책 소개
목차
001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리자
002 산모수첩을 보여 달라고 해보자
003 부모님께 손수 요리를 해드리자
004 아버지와 캐치볼을 해보자
005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자
006 손자를 안겨드리자
007 부모님의 등을 밀어드리자
008 부모님을 해외여행에 모셔가자
009 부모님의 좋은 면 10가지를 써보자
010 시한부 선언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
011 우리 집의 손맛을 배워두자
012 가족이 모이는 날을 정하자
013 부모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자
014 부모님과 싸웠던 일을 떠올려보자
015 온 가족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자
016 부모님과 함께 술을 마셔보자
017 내 생일에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자
018 부모님을 추억의 장소에 모셔가자
019 어머니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드리자
020 부모님이 사주셔서 기뻤던 물건을 말하자
021 휴대폰으로 부모님 사진을 찍자
022 아버지와 팔짱을 껴보자
023 부모님과 함께 쇼핑을 가보자
024 부모님과 함께 앨범을 보자
025 부모님의 꿈을 물어보자
026 특별한 일 없어도 부모님께 전화를 걸자
027 부모님의 캘린더를 만들어드리자
028 부모님이 날 위해 쓰신 돈을 계산해보자
029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의 사진을 보자
030 내가 처음 했던 말이 무언인지 물어보자
031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드리자
032 내가 때어날 날 이야기를 들어 보자
033 소중했던 물건을 다시 사드리자
034 부모님이 처음 친해지던 때의 이야기를 물어보자
035 부모님의 생일을 수첩에 적어두자
036 부모님의 고민을 묻자
037 처음 맞았던 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038 부모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묻자
039 직접 번 돈으로 외식을 하자
040 옷을 맞춰드리자
041 부모님께 건강검진을
042 부모님께 걱정을 끼쳤던 일을 묻자
043 부모님의 취미를 공유하자
044 부모님께 편지를 쓰자
045 부모님과 함께 콘서트에 가자
046 함께 놀이공원에 가자
047 명절을 함께 보내자
048 내 이름의 유래를 묻자
049 연말 대청소를 돕자
050 부모님의 비디오를 찍어두자
051 부모님께 꽃을 선물하자
052 부모님의 머리를 잘라드리자
053 부모님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써보자
054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자
055 부모님을 만나러 가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옛날 사진이라도 볼까?’
어머니께서 갑자기 말을 꺼내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겠지만 정초라서 딱히 할 일도 없었습니다. 어디 한 번 사진을 보기로 했죠. 어머니가 차분한 목소리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진에 얽힌 설명을 해주시는 것을 들으며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맨 역할은 아버지가 도맡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진에는 어머니가 혼자 찍혀있었습니다. 그래도 몇 장에 한 장 정도는 누군가에게 찍어 달라 부탁하셨는지 두 분이 나란히 찍혀있는 것도 눈에 띄더군요.
아이들에게 부모님은 태어난 순간부터 늘 ‘부모’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도 인생을 살아오셨다는 것, 그런 당연한 사실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까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그렇게 감상에 젖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엄마 이 땐 행복해 보인다.”
제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겸연쩍은 감상을 입에 담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시원스레 말씀하시더군요.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훨씬 행복해졌어.”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씀에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당혹감 속에서도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말하긴 좀 그래서 이렇게 비디오를 남기기로 했다. 날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준 걸 어떻게 감사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아버지의 진지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약간은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정중한 어투. 가끔씩 크게 숨을 들이키는 모습에서 병이 얼마나 무거운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마 아버지가 생전에 비디오를 남겨두셨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이렇게 화면을 통해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긴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제 앞으로 보내신 비디오테이프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때 서랍에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결혼 적령기인 딸이 간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여하고 있던 것이 아버지 마음에 짐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당신의 건강이 그렇게 안 좋았을 때에도 딸을 더 걱정하다니, 아버지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디오를 보고 있으려니 슬픔과 동시에 그리움이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몫까지 올바르게 살라고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언이라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겠노라 맹세했습니다.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순간이 와도, 이 비디오를 보면 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그것은 제가 아버지에게 해야만 했던 말이었습니다.
갓난아이인 저를 안고 의자에 앉아계신 어머니, 그 뒤에 똑바른 자세로 서있는 아버지.
이 흑백 가족사진을, 아버지가 33년 동안 계속 수첩에 넣고 다니셨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가족의 역사마저 느껴지는 이 사진을 아버지가 보여주신 건 제가 딸을 얻은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걸 축하하기 위해 부모님을 초대했을 때, 술을 몇 잔 드시고 적당히 취기가 돌아 말이 많아지신 아버지가 슬그머니 수첩을 꺼내며 말하셨습니다.
“보여준 적이 있던가?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의 사진.”
물론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옆에서 슬그머니 쳐다보고 있던 아내는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용케 이렇게 낡은 사진을.” 어머니는 쓴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나는 이 사진 덕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거야.”
아버지는 맥주 때문에 홍조를 띈 얼굴로 퉁명스레 말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