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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25555775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15-03-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2개월 후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제22장
에필로그-6개월 후
책속에서
아빠의 잔인한 말들은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맨정신이 아니라 술에 취해서 생각 없이 한 말이라고 나 스스로를 위안해도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치지만,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고 싶다.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고 천천히 극복하면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미카에게는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또 마음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미카는 늘 나를 걱정하고, 그 때문에 나는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다. 미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삶을 즐기면서. 미카는 그럴 자격이 있다.
“너랑 떨어져 지내는 게… 진짜 큰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미카는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 여자들을 뉴욕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공포심이 내 목을 조른다. 불규칙해진 호흡을 미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는 애써 천천히 숨을 고른다.
“엘라.”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뀔 때, 미카가 엄지손가락으로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다.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걱정 마. 너한테 상처 줄 행동은 절대 안 해.”
나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무심코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때때로 생기게 마련이다. 감정이 극렬하게 치닫는 순간이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 순간 혹은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몇 마디 말을 내뱉는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
혹은 잠깐 동안이나마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늘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결혼을 꿈꾼 적이 없다. 어릴 때도 이웃집 남자애를 꼬마 신랑 삼는 그 흔한 소꿉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두려워서였다.
그러나 결혼하는 딘을 보니 나도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미래를 상상할 때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조차 버겁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검은 구멍, 오로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