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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25557212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5-09-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처형 6개월 전
방문객
어린 시절
반 펠트 사건
6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5개월 전
올리버의 면회
수상한 전화
아버지와의 첫 만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버지에게만 한 이야기
그림자 사내
7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4개월 전
말린 딕슨의 전화
말린 딕슨의 제안
아버지의 연인 새라
팻스미스
경찰 취조
8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3개월 전
배심 재판
무시하기 바랍니다
배심원단 선정
검사 톰 데이비스 VS 변호사 매디슨 맥콜
증인신문
검찰 측 마지막 증인
9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2개월 전
최후의 한마디
항소 제안
말린의 도움 요청
아버지의 도움 요청
10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1개월 전
팻스미스의 처형
올리버의 의문 제기
모든 살인은 살인이다
퍼세포니 이야기
11월,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처형 1주일 전
2002년의 마지막 밤
그날의 진실
마지막 면회
최후의 식사
처형 1개월 후
새라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리뷰
책속에서
말하자면, 당신은 선 아니면 악이다. 어느 쪽인지 아직은 모른다 해도 법원이나 선생이나 부모가 조만간 어느 쪽으로든 명찰을 붙여줄 것이다. 물론, 인생의 대부분은 점액처럼 얇은 회색의 중간 지대에 존재하겠지만 그곳은 자궁과 연옥처럼 잠시 체류하는 별관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공포를 연기(煙氣) 삼아 하늘에 글자를 새기며 날아가는 그것. 공허하고 무기력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것. 저기 허공을 가로지르는 그것의 존재를 당신은 항상 의식하지만 없앨 방법을 알지 못한다. 끈질기게 기다리던 그것이 마침내 태풍이 되어 당신을 집어삼키면 당신은 더 이상 흑과 백, 예술가와 과학자, 교사와 학생이라는 대칭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당신은 삶의 방식을 양자택일해야만 한다. 먹거나 또는 먹히거나. 그러나 한 번 선택하고 나면 두려움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처럼 흔적도 없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내게 그날은 2003년 1월 1일이었다.
"말린이 사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인가요?"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린에게 숨은 의도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패배자처럼 가슴을 향해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올리버 스탠스테드는 나의 묵묵한 고갯짓을 적극적인 복종으로 해석했고 곧바로 오른손으로 메모장을 집어 들며 왼손으로 볼펜 누름단추를 눌렀다.
"기록을 해도 되겠습니까?" 올리버가 물었다. 그가 최초로 보여준 완강하고 단호한 태도를 나는 물리칠 수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남은 날들을 애티커스 핀치와 함께 보내고 싶었다. 최후의 식사를 하기 전에 매력적인 마크 다아시를 만나고 싶었고 클래런스 대로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하는 수 없이 올리버 스탠스테드로 만족해야 했다.
"하세요."
유감스럽게도 나는 동의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가 된다.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나는 소리 내어 말한다. 그때 우리는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라고.
"911입니다. 어떤 상황이십니까?"
"제발, 어서 사람을 보내주세요. 우리 딸이… 이제 10개월 된 우리 딸이… 사고가 났어요!" 어머니가 외쳤다.
"무슨 사고가 났습니까?"
어머니는 그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의 입에서 좀처럼 단어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우리 딸이… 우리 딸이 다쳤어요!"
"어디를 어떻게 다쳤습니까?"
어머니는 자신의 넓은 입술로 나를 집어삼킬 듯이 자동차 유리처럼 탁 트인 내 이마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침이 부상당한 내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내 팔을 집어 들었다. 다친 부위에서 열이 났다.
"침입자였어요." 어머니의 입이 불쑥 열렸고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무슨 말이든 상관없었다. "모르는 남자가 집에 들어왔어요. 보석을 훔쳐 달아났어요. 그리고… 그런데…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진 못했어요. 그때 우리 아기가 울었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달려갔는데… 2층으로 올라갔는데… 아기 입을 막으려고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기가 계단 위를 기어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만… 그만 그렇게 됐어요!"
"어떻게 됐다는 말씀이세요?" 접수원은 냉정을 잃지 않고 물었다.
"그러니까… 아기가 떨어졌어요." 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면서 눈물을 강조했다. "우리 아기가 2층에서 떨어졌어요. 아, 안 돼, 어서 구급차를 보내 줘요. 제발요, 빨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