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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88889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1-05-07
책 소개
목차
나자레를 아십니까
새하곡
맹춘중하
그해 겨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필론과 돼지
들소
해설_형식의 균열과 텍스트의 무의식/ 손정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는 아무런 근거는 없으나 어쨌든 우리에게는 지독한 추위였습니다. 농장에도 별일이 없고 성냥 공장도 그만둔 뒤였으므로 그 겨우내 우리 나자레의 백여 명 형제들은 모두 방구석에만 처박혀 긴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침 방학 중이어서 공부한다는 명목은 있었지만 실은 바로 그 추위 때문이었습니다. 열기라고는 며칠에 한 번밖에 비치지 않는 방이라도, 담요나 몇 장 겹쳐 두르고 등을 맞댄 채 서로의 체온에 기대앉았으면 그런대로 그 겨울의 낮은 견딜 만했던 것입니다.
-「나자레를 아십니까」
“결국 입대와 함께 우리에게는 갑작스러운 의식의 과장이 일어난 거야. 바깥의 것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고, 안의 것은 무조건 작고 초라하다는 식의 ― 그리고 그것은 너희들도 일부 인정하고 있더군. 집에 금송아지 안 매 둔 놈 없다는 얘기 말이야.”
“…….”
“마찬가지로 ― 우리가 제대를 한다는 것, 그것도 너희들이 믿는 것처럼 전혀 새로운 세계에로의 출발은 아닌 것 같아.” -「새하곡」
……필론이 한번은 배를 타고 여행을 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큰 폭풍우를 만나자 사람들은 우왕좌왕, 배 안은 곧 수라장이 됐다. 울부짖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뗏목을 엮는 사람……필론은 현자(賢者)인 자기가 거기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도무지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배 선창에는 돼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소동에는 아랑곳없이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다. 결국 필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돼지의 흉내를 내는 것뿐이었다.
-「필론과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