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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73034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3-01-24
책 소개
목차
떠나기 전
보름달이 뜨는 밤엔 조심해
언제나 여름인 곳의 비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도
연습의 범위
뜨거워질 용기 차가워질 각오
어른의 연애
연습이 끝난 후
몰랐으면 좋았을 일들
나만 지키며 살다 보면 남는 건 나 혼자
늦게라도 알게 돼서 다행인 것들
돌아가는 길
연애 연습을 마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대답은 언제 할 거예요?”
혹시나 마음을 들킨 걸까 나는 당황스러웠다. 오세준이 안 보일 때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거나 일부러 세준이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거나. 속 보이는 짓을 두루 해 놓고 집까지 찾아온 그의 말에 정말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대답이냐고 하려다 그건 내 스스로도 너무나 가증스러워서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그를 보기만 했다. 하지만 오세준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 번쯤 해 볼 수도 있잖아. 연습해 봐요. 나랑, 나랑 해요.”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거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세준은 그 상대로 적합할 것도 같았다. 여행을 떠날 테고,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쯤 해 본다 치고. 오세준 씨는 왜요?”
나는 슬쩍, 긍정의 의미를 담은 질문을 던졌다.
“바보 아냐?”
“뭐가요?”
“남자가 여자한테 연애하자는 건, 좋아해서지.”
“전 안 좋아하는데?”
“싫어하지는 않잖아요. 그걸로 난 충분해요.”
“뭐요?”
“만나 보고 연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요. 소은 씨가 아니다 하면 깨끗하게 물러날게.”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내밀었다. 뭔가 계약을 하는 사람처럼 거리를 두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무슨 소리냐고 정색을 해야 하는데 나는 멍하게 오세준을 보기만 했다.
그 순간, 아주 잠깐 세준의 입술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
“타지크족은 남자와 여자가 사귀기로 한 첫날 꼭 이마에 뽀뽀를 해요. 평생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주문.”
“진짜요?”
아, 뭔가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했어야 하는데, 진짜냐니.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긴장감이 사라지고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 다리에도 힘이 풀린다.
“뭐예요? 타지크족은 진짜 있지 않나?”
“있어요. 그리고 손등에 손바닥에 이마에 키스하는 걸로 인사해.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 각각 다르게.”
“아.”
“사람 남자와 사람 여자는 어떻게 인사하는지 알아요?”
나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다가왔다.
“이렇게.”
주춤 물러서려는 순간 오세준의 입술이 다가왔다. 어! 하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얕은, 하지만 긴 입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