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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2780271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불타는 책들
1
때리기
2
달리기
3
투명한 여자의 가방
귀찮게 하지는 않을게
4
밥 먹기
5
6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7
8
열부터 하나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투명한 여자의 엄마
9
10
색칠공부
11
알약의 전문가
12
뭐라고요?
13
너무 걱정하지 마
14
가죽가방 속의 투명한 여자
15
16
검은 입술
17
푸시 토크(Pussy talk)
18
Pussy talk: 룰루가 한 것
19
Pussy talk: 환상의 치료방식
20
21
Pussy talk: 보지의 말
22
엄마의 모든 것
빈칸의 서른 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책을 통해 욕망과 악몽을 배웠다. 욕망과 악몽은 쾌락과 즐거움이 없는 곳에서 자란다. 쾌락, 그 만족을 모르는 즐거움. 책들은 여기 말고 다른 곳, 지금 말고 다른 순간을 생각하게 하는 족속이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에 없는 즐거움에 대해 은밀하게 묻고, 공모했다. 너와 내가 모르는 즐거움을 책들은 알고 있었다. 책들은 욕망과 악몽의 가이드북인 동시에 쾌락의 지침서였다. 나는 애인을 고르듯 책을 골랐다. 때로는 하드보일드풍의 거칠고 위험한 책들을, 또 다른 날은 아나이스 닌이나 콜레트의 관능적인 책들을 펼쳤다. 루카치나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지적이고 똑똑한 책들을 고를 수도 있었고, 임꺽정이나 장길산처럼 단순하고 힘센 남자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책이 선물하는 (금지된) 수많은 즐거움들. 죽음, 난교, 근친상간, 마약, 살인, 간통, 기타 등등.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은 판타지로 남았고, 또 어떤 것들은 현실이 되었다. 애인 같은 책들이었다. 나는 여러 책들과 함께 즐거웠다. 책 읽는 쾌락에 골몰했다. 나는 그들에게 매혹되었다. 엄마가 태우고 싶었던 것도 사실은 그것이었다.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지금까지 늘 안 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안 된다, 안 돼. 그래서 안 된다는 일들만 골라서 여기까지 왔다. 나의 현재와 과거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의 총체적인 목록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거대한 애인을 목록에 올렸다.
“왜 안 되는데요?”
“왜 안 되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니?”
박 언니가 눈을 크게 떴다. 거대한 애인 이야기에 정말로 놀란 것처럼 보였다.
야, 아버지뻘이잖아!
누구나 연애를 한다. 나도 연애를 하는 중이었다. 나와 거대한 애인은 함께 걷고, 먹고, 이야기하고, 손잡고, 입을 맞춘다. 다른 모든 연인들이 하는 평범한 행동들. 반대로 우리는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는 내일 볼지, 모레 볼지, 한 달 후에 만날지조차 약속하지 않는다. 거대한 애인은 너무도 바쁜 남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가장 바쁜 부분이 아니었다. 결혼이나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았다. 그런 단어는 금기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