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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3133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2-03-05
책 소개
목차
코끼리의 코
코끼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그리고 붓다
강물을 발음하다
사내들은 검은 가방을 건낸다
나와 나 사이의 적도
보리빵을 만드는 오후
밀가루가 발효되는 시간
숲 속의 오븐
빙점을 나는 잠자리
오래된 관념어
중심을 향한 길을 지운다
한 박자 늦게 듣는 죽비 소리
매미 울음이 붉어질 때까지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
내 사랑, 아햏햏, 킹콩 1
내 사랑, 아햏햏, 킹콩 2
내 사랑, 아햏햏, 킹콩 3
환과 소멸 사이를 만지다
신호등의 깜빡임으로 바라본 밤 풍경
수박이 있는 길목
비 갠 오후의 풍경
병실에서 바라본 풍경
병실 속의 다알리아
수화를 나누는 시간
능소화가 붉은 담을 닮는 까닭
목련이 핀다
다른 명명법으로 호명하자면
갑을 시티 1
갑을 시티 2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1
두 개의 강을 위한 안내서 2
부신(符信)
화택(火宅)
오늘의 기상도(氣象圖)
봄밤을 발음하는 느낌
바다를 생각하는 밤
서로에게 물을 끓여주던 방
눈 내리는 밤의 도시
퇴고하고 싶은 도시
새를 위한 삼단 논법 1
새를 위한 삼단 논법 2
펭귄의 전통 요리법 1
펭귄의 전통 요리법 2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1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2
혹은 문의 경계
목이 없는 석불
무용수는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붉은 폐가 혹은 풍문
들판에 놓인 변기
골목의 이야기
성량(聲量)
훈습을 부검하는 방식
악!
월인천강지곡 식으로 말하기
꼬리 잘린 꼬리
<그랬습니까?>, <고슴도치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곰
해설
갑을 시티를 달리는 말(言)과 말(馬), · 오연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를 곰이라고 하자
심해의 색은 짙게 검푸른 동굴,
눈동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테니
파도에 거친 울음을 실어 보내는 곰의 포효.
곰은
바다에서 어떻게 상처를 발라낼 것인지
뼈마디가 드러날 때까지 입을 악물고
썩어가는 자신의 흉부를 묵묵부답으로 인내하는 자라면
백수광부처럼 분명 자맥질로 사라지게 될 것인데
곰은
바닷속을 자신의 입안이라 생각하며
끊임없이 숲을 헤쳐나가
물결의 파고를 나뭇가지 밀어내듯
앞으로만 갈 것인데
고개를 꺾어 자신의 등을 보지 못한 사람들
곽리자고가 노래 부를 때
곰은
당신이 품고 있는 반짝임 안에서
울음소리로 단 한 번에
잠원(暫原)*의 모든 기억을 깨울 것인데
곰이
늘 지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언제까지나 바다가 살아 있는 한
입에 걸린 낚싯대를 떼어내지 못할 테니
그것을 곰이라 하자
―「생각하고 있는 곰」 전문
한쪽으로 치우친 마음을 편심(偏心)이라 하고 / 그 중심(中心)이 한쪽으로 치우쳐 강물을 흐르게 한다 / 드레싱으로 띄운 뭉게구름들 / 노란 은행나무가 거실에서 자라난다 / 그 아래 쪼그리고 앉은 한 여자가 또 울고 있다 / 호주머니에 허무를 넣고 걸었다
어디선가 대지 밖
‘나’ 라는 USB가 끼워진다
허무를 잡아당길수록 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가 들끓는다 / 인간은 수레나 말보다 먼저 배를 만들어 바다를 탐색해나갔다 / 당산나무에 모태 신앙의 돛이 남아 있다 / 치렁치렁 눈이 부신 허공이 다발로 묶여져 있다
항문,
나와 나 사이의 적도
주렁주렁 허공의 위장이 반짝인다 / 한 여자의 입김에서 허무를 꺼내 / 강의 물결은 은비늘로 반짝인다 / 허무를 잡기 위해 태양을 향해 시위를 당긴 자가 있었다 / 벌겋게 달궈진 화살촉이 빙글빙글 돈다 / 화살이 허무를 잡아먹으려고 뛰어간다 / 인디언들은 건물에 사용된 기둥의 나이테를 보고 집의 나이를 알았다 / 열대지방의 나무들은 나이테가 없다
―「나와 나 사이의 적도」 부분
불 속에서 한 여자가 / 한 남자에게 검은 씨앗을 던진다 / 죽은 자의 입을 벌려 채워 넣던 엽전들 / 혹은 아린 곳마다 터져 나오는 비명 / 자신의 마음과 가장 닮은 조약돌을 죽은 자의 입에 넣어주던 풍습
그대라는 밤바다의 크기,
막 알에서 깨어난 거북이의 눈
소멸하는 쪽에서
내가 길게 자라나고 있다
바람이 바위를 움직인다 / 어제 형을 봤어요 / 산에서 도를 닦았다 / 욕조가 깨졌다 / 번지 점프를 했다 / 바다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새들은 별들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에 / 뻐국, 뻐국 탁상시계처럼 울었다
꽃은 없고 향기만 피어났다
향기가 맺힌 곳마다 오래된 무덤들이
열렸다 한없이 푸른 잎맥을 배경으로
오른손과 왼손을 부비면 /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들이 / 강물 속의 조약돌 하나 만월 하나 베어 물고 있었는데 / 누가 조약돌 속에서 향을 피우는지 / 물결 가득 은비늘로 반짝인다 / 가을비가 타들어간다 / 망자(亡者)를 만나기 위해 선사시대의 제사장들은 / 흰 두루미의 깃털을 부신(符信)으로 사용했다
―「부신(符信)」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