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583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0-01-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마른 형광펜 - 11
열망을 위하여 1 - 12
열망을 위하여 2 - 14
채근담을 읽는 겨울밤 1 - 16
채근담을 읽는 겨울밤 2 - 18
성장성 장애 1 - 20
성장성 장애 2 - 22
성장성 장애 3 - 24
성장성 장애 4 - 26
열매를 맺는 방법 - 28
강을 건넌 최초의 인간 M-130 - 30
City의 야광별 1 - 32
City의 야광별 2 - 34
옆자리에 앉으시죠 - 36
눈 속의 탁상시계 1 - 38
눈 속의 탁상시계 2 - 40
링에서 살아남는 법 - 42
흙 속의 씨앗 - 44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신음 - 46
흠…… - 48
제2부
헤어지기 좋은 날 1 - 53
꼬리 잘린 고양이 1 - 54
꼬리 잘린 고양이 2 - 56
꽃 진 자리 - 58
히히, 1 - 60
히히, 2 - 62
히히, 3 - 64
히히, 4 - 66
화장실 식당 1 - 68
화장실 식당 2 - 70
내 일과 내일 사이 1 - 72
내 일과 내일 사이 2 - 74
봄밤이라는 쿠키 파일 1 - 76
봄밤이라는 쿠키 파일 2 - 78
크리스 고라이트 - 80
제3부
헤어지기 좋은 날 2 - 85
점성을 높이는 방법 1 - 86
점성을 높이는 방법 2 - 88
점성을 높이는 방법 3 - 90
점성을 높이는 방법 4 - 92
지각하거나 지각되거나 1 - 94
지각하거나 지각되거나 2 - 96
be 혹은 happy 1 - 98
be 혹은 happy 2 - 100
be 혹은 happy 3 - 102
be 혹은 happy 4 - 104
City Motel 1 - 106
City Motel 2 - 108
문을 열기 위해 - 110
City Story 1 - 112
City Story 2 - 114
키위 혹은 냉장고 - 116
해설 조대한 문장의 연쇄와 언어의 극점 - 118
저자소개
책속에서

열매를 맺는 방법
비만의 원인은 신석기 유목민의 DNA가 체내에 탄수화물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꽃을 전자레인지에 3분 동안 가열하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양귀비꽃은 옮겨 심으면 죽는다. 예술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오래 생각했다, 가, 비누 거품을 칫솔에 묻혀 이빨을 닦았다. 그냥, 산다, 는 말 이면에 거울처럼 수은이 덧칠되어 있다.
이미 가 버린 것에는 가는 것이 없다
한시(漢詩)를 읽는 겨울밤은 따뜻했다. 새우의 등에서 내장을 빼내 그가 평생 바다에서만 앓았을 바람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비릿한 바다의 숨결 한 마디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낸다. 근원적인 외로움은 당신을 사랑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인류 역사가 수천 년인데도 인간이 왜 사는지 그 답변 하나를 찾지 못했다.
손에 스킨을 묻혀 얼굴에 바르다 알았다
안경을 벗지 않았다는 것을
임신한 여성의 태반에서 레트로 바이러스는 태아의 배아 발육을 촉진한다. 허공을 뚫고 올라간, 오늘의 꽃이 허문, 어제의 저 경계가 짙푸르다. 더 이상 도(道)를 아느냐고 묻지 않는 시대, 질량이 큰 별일수록 중심 온도가 높아지지만 슬픔은 무게가 아니라 범위의 문제다. 외로움은 질기고 눈물은 뜨거워 비 오는 날에도 물고기들의 심장이 강 속을 뚫고 간다.
물푸레나무가 잔물결을 향해 흔들리며
강의 조용한 울음을 듣는 시간
내 어깨가 자꾸 풍미(風味)에 젖어 드는 것이다 ***
지각하거나 지각되거나 1
애인이 없다. 쇠고기 장조림을 달이던 간장 냄새 가득한데 없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온도계와 거울 속의 수은은 형태가 깨진 후에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데, 없다. 없는 아이가 악이라도 질렀으면 하는 고요인데, 없다. 뭉크의 절규는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심(心)의 향찰식 표기는 심음(心音)이다
그리움이란 두 손으로 없는 당신의 얼굴을 붙잡아 콧등이라도 맞대고 싶어지는 것. 가슴에 손을 얹어 함께 호흡해 보는 것. 당신의 혀는 토마토 속살 같아, 먼 곳에서 당신이 내쉬는 숨결을 상상하며 붉어지는, 장마철 습한 바람에서 가쁜 숨 몰아쉬던 당신의 땀 냄새가 묻어 나올 것 같다.
독수리는 평생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죽어서 자신의 죽음을 허공에 묻지 않는다
나는 여러 개의 영혼과 부딪치며 살았다. 끝없는 대양을 떠돌다가 어느 늦은 바닷가에 가닿는 물결로 그리움은 저물어 갔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를 허공에 띄워 두고 온종일, 그 보고 싶다는 말 안을 뒹굴었다. 그 안의 골목은 어둡고 질기다. 없는 애인 옆에 앉아 공기놀이도 하고 싶은데, 이제는 없는 개나리꽃이 피었다 졌다.
비에 젖은 길을 잉태한 여자
고구마밭에 바람 불고
붉은 황토 가득 심장이 두근거렸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국의 가계 부채는 증가했다. 전기밥솥에 넣어 놓은 플라스틱 주걱처럼 (너무 강압적이면 죄책감이 생겨, 자신의 성기를 만지작거리게 돼요) 휴일에는 차라리 눈뜨지 말 걸, 방전된 개 인형 하나 침대 옆에 놓여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