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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이승희 (지은이)
  |  
문예중앙
2017-12-11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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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책 정보

· 제목 :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9067
· 쪽수 : 128쪽

책 소개

문예중앙시선 53권. 이승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2012년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출간한 이후 5년 만이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작품보다는 서정적이고 단단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서 쓸쓸하면서도 섬세한 서정의 숨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목차

1부
물가에서 우리는
모든 가구는 거울이다
식탁의 목적, 물컵
식탁의 목적 혹은 그 외의 식탁들
식탁의 목적, 냉장고 불빛
식탁 자리
식탁의 목적, 그러니까 우리는
식탁의 오래된 풍경
여름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2015
종점들
당신이나/그 앞에 앉은 나나/귀신같아서 좋은 봄날의 소풍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2017
여름비

2부
우리는 모두 물방울이 아니다
공원
캐치볼
미끄러지는 세계
공원 2
한밤의 셔틀콕
폐허는 언제나 한복판에서 자라고
살이 부러졌다
시소의 세계에서 우리는
떠내려가는 금요일
43일의 43일이 43일 동안
사과 상자는 쌓여가고

3부



잠 잠

홀연
그네
워터볼
또다시 종점들
패전 처리 투수
재워주고 싶어
붉은 방
학교생활
학교생활-칠판
학교생활-상담실
익어가는 것들은 왜 매달려 있는가

4부
자전
화분 혹은 시인 케이
달리는 저녁
당신의 세계
두 번째 엽서
하염없이
파주
파주 2
파주 3
파주 4
파주 5
파주 6
파주 7
파주 8
파주 9
파주 11
파주 12

저자소개

이승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등을 냈고, 몇 권의 동화집을 펴냈다. 지금은 대학과 예술고등학교에서 동화와 시를 가르치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발을 씻는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발가락을 내어놓는다
세상의 모든 염려를 품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오늘 당신과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 발이 물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당신의 발등에서 조금 자려고 한다

이제 더는 애쓰면서 살지 말아요
어떻게든 사는 건
하지 말아요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없었으므로
이제 나는 눈 없는 물고기로 살거나 죽거나
당신 옆에 눕고 싶은 것일 뿐
상처 가득한 지느러미가 환해질 때까지
달빛이나 축내면서

어떤 당부도 희미해진 지금
말간 물이 발목에서 뒤척이는 건
마치 어떤 전생 같아서
몽유의 날들을 세어본다
세어보는 손가락이 붉어져서
물가의 나무들은 속으로만 발가락을 키운다
-「물가에서 우리는」


해변의 묘지 같아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동안 나 없이도 식탁은 식탁이다. 공중에 떠 있는 바닥이라니 공중에 떠 있는 바닥이라니 가끔은 그 높이를 매만지며 낯설어지는 얼굴을 오래 떠올려보았지만 식탁의 에피소드는 끝났다. 낮이 지워지고도 밤이 오지 않았다. 유령처럼 그림자들이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든 이들은 깨우는 게 아니야. 창문을 닫으며 내게 남은 마지막 표정 하나를 내려놓았다. 11월이 시작되고 있었고 죽은 벌레들이 잘 말라가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밥을 먹고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식탁 위에는 바다, 아니고 모래, 감쪽같이 지워진 발자국을 따라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부르던 노래들이 가득했다. 마주 앉은 얼굴은 자꾸만 멀어져서 해안선이 생겨난다고 나는 이제 없는 너의 다리를 발로 툭툭 찬다. 바닥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나는 몇 개의 입술을 몰래 주워 넣고 말없이 밥을 먹는다. 고요해서 밥을 먹는다.
-「식탁의 목적,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그만
여기서 살까
늙은 버드나무 아래
이름표도 없이
당신과 앉아서
북해의 별이 될 먼지들과
여기와 아무 데나를 양손처럼 매달고
웃었다
세상의 폐허 말고
당신의 폐허
그 둘레를 되짚어가면서 말이죠
폐허의 옷을 지어 입으면
등은 따뜻할까요
머뭇대다가 지나친 정거장들이
오늘 별로 뜨면
이제 어떤 먼 곳도 그립지 않을 테죠
모든 것의 뒤만 볼 수 있는 세상
갑자기 당신이 이해돼버렸어요
지하 계단을 밝을 색으로 칠해볼까요
거기 막 떠난 물방울을 그려 넣기로 해요
켜켜이 폐허의 지층을 닮은 물방울들이
물그릇에 담겨
무엇으로든 막 자라나는 동안
끝에 기대어
당신에 기대어
함께 지워질 수 있다면
-「종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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