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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토끼 흰 토끼

있다는 토끼 흰 토끼

이순현 (지은이)
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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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토끼 흰 토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있다는 토끼 흰 토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9166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18-01-22

책 소개

문예중앙시선 54권. 이순현 시집. 2002년 첫 시집 <내 몸이 유적이다>를 발표한 이후 16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언어와 현실의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신성과 세속의 변증법을 구현해나간다.

목차

1부
테이블 위에
5g의 원근법
저쪽
천국보다 멀리
금방
스테이플러를 찾아서
습득물
인류
지우도 없이
마리포사
있다는 토끼 흰 토끼
기항지
비행의 힘 말고
우유

2부
길 킬러
광장
관계
어느 천사의 고백
홈, 스위트홈
반감기
이기적인 수박
공유지
A구역 5호점
미답
종이 종일 울었다
말문을 뚫고
기호 없는 지도
탐독
침입자

3부
이 하루의 계보
속표지를 열면
역광
슈퍼문
흰 소
수난곡
메아리들의 행진
1023
곰 비디오
메테오라
크리스마스
믿음
새벽의 근황
에필로그

4부
주말 연가
이것은 달 이야기가 아니다
메가시티
목요일의 보증인
모래여자
밑밥
엘리엘리
각주처럼
미궁의 입구
화이트노이즈
달의 연못
성간 영역
나도 모르는
신인(新人), 신인(神人)

해설/ 성과 속의 아우라

저자소개

이순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동국대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현대시학》에 「사진의 뒷면은 백지이다」 외 5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 몸이 유적이다』(문학동네, 200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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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컵 하나가 있다
얼음 녹은 물이 찰랑이는 컵 하나가 있다
컵 가까이 손 하나가 놓여 있다
유리컵 한쪽에 희끄무레하게 입술 자국이 찍혀 있다
차오르는 물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는 컵 하나가 있다

잠결에 펜 뚜껑을 열고
머리맡의 메모지에 받아 적는다

지평선 위에
컵 하나가 있다
빙하 녹은 물이 찰랑이는 컵 하나가 있다
컵 가까이 손 하나가 놓여 있다
유리컵 한쪽에 희끄무레하게 입술 자국이 찍혀 있다
차오르는 물의 수위가 높아지는 컵 하나가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그런 컵 하나가 있었다고

더듬더듬 적고 난 뒤 다시 잠든 사이
열린 펜의 꿈도
울컥울컥 베갯잇을 적셨나 보다
거대한 테이블 위로 폭우가 쏟아지던 밤
-「테이블 위에」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

블라인드의 눈금 사이로
금방이 오고 있을 바깥을 내다본다

말들의 덤불 속에
그는 있다

얼음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들이 줄줄이 추락한다

금방 갈게

ㅁ이 녹아내리는 듯
금방은 금방금방 뒤로 밀려나고

젖은 샌들에 나비 한 쌍
꿈결인 듯 그늘을 향해 날개를 펼칠 때
빗줄기는 줄기차게 금방의 바닥으로 착지한다

각이 진 얼음은 알고 있다
금방은 그와 동행할 수 없다는 것을

불빛은 행인들에게 이식되며
인간으로 부활하다 금방금방 스러지고

금방, 하나만을 품은 눈이
블라인드를 벌리고 내다본다

우주 미아처럼 막막하게
-「금방」


촛불이 타오른다
내 손바닥 위에서도

바윗돌 위 야단이든
물 위에 뜬 갑판이든
촛불이 타는 곳은 별안간에 성소가 된다

모여든 사람들 하나하나
각자의 극지로 데려다 놓는
날불꽃 한 잎

피 끓는 대지를 향해
돌파한 상부를 짊어지고 내려온다

한 발 한 발 척추를 적출하며
아래로 길을 열며

거대한 인드라 그물
서로 비추는 동공을 엮어나간다

야생의 창세기로 귀환한다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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