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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0190
· 쪽수 : 528쪽
책 소개
목차
하나~열여섯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왜, 피곤해?”
“응. 이러다 미치지 않을까 싶다.”
“일이 많아?”
“…….”
“어디 봐.”
이나가 안전벨트를 풀고 지하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었다. 가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또다시 짜르르한 감각이 몸 전체를 관통했다.
“그러고 보니 피부가 많이 까칠해진 것 같아. 더위를 많이 타서 그런가?”
“하아, 이나야.”
곧이어 지하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서 치웠다. 만약 지금 그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한다면 바로 이곳에서 그녀를 덮치고 남을 만큼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는 이성이 남아 있어서 죽을힘을 다해 참는 중이었다.
“응?”
“조금만, 조금만 날 이렇게 내버려 둬.”
지하가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보던 이나는 그의 컨디션이 아무래도 밑바닥인 것 같아서 괜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고개 돌려.”
“진짜 괜찮아? 약 사올까?”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래. 넌 그 대본이나 봐.”
“걱정돼서 그러지.”
“이나야.”
“응?”
“제발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줄래? 아니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할지 몰라. 그래서 무서워.”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말에 이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까칠해진 말투와 더불어 가끔 저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벽을 세우면 굉장히 낯선 사람 같아서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지하는 죄 없는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유치하고 찌질해 보여서 짜증이 났다. 문제는 그녀가 아닌데. 제멋대로인 아랫도리를 다스리지 못해 발정난 개새끼처럼 굴고 있는 자신이 저질스럽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이나야…….”
“왜…….”
“그 자리 그대로 있어라.”
“응?”
“너에게 맞춰 가야지. 나에게 맞추려고 하면 네가 부서지겠지?”
“오늘따라 왜 그래? 밑도 끝도 없고 이유도 없이? 오빠 가끔 이럴 때면 다른 사람 같아서 무서워. 옛날, 내가 알기 전의, 가까이할 수 없었던 이지하 같아서 낯설단 말이야.”
“미안. 그래, 천천히, 천천히 가자.”
“왜? 나 배고픈데. 빨리 가서 쫄우동 먹자.”
“풉! 어휴, 이 곰 새끼를 언제 다 키우지? 설화에서 곰은 100일 만에 여자가 됐다는데?”
“나 여자 맞는데?”
“치마만 두르면 여자인 줄 알아? 인마, 남자를 알아야 여자지.”
“뭐? 야, 너 무슨!”
“곰이 여자가 돼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몰라? 그러니까 넌 곰보다 못하다는 거야.”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