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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15989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05-04-2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대 한 마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굴참나무 밑에서
메타세쿼이아
슬픔은 꽃피어나는 거야
친구
청춘의 이불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황혼
제2부
물결
지옥
철갑 고래 뱃속에서
청어의 노래
나의 그리움은 어디에 있는가
경동시장
제3부
세월의 독화살
때
빗물 자루
장마전선
말-똥구리, 이슬
찰싹!
독지리, 서해 갯벌
바다
백마역
빛도 어둠도 아닌, 사랑
용문사 가는 길
그날, 문산
불국사 관람
송도의 아침 식사 후
숨길
제4부
피로 1
피로 2
조산부인과
빳빳한 부인에 의해 구겨진 남자의 자화상
연애의 물
굴 속에 들어가기
패각
얼굴
게으른 자의 천국
태우지 못하는 紙碑
여행
해설 - 서정과 해체 사이 / 김진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철갑 고래 뱃속에서
우리는 아침부터 뭔가 굶주린 사람들
아침부터 시간에 굶주린 사람들이지만,
출근 시간을 단숨에 채우기 위하여
우리는 포식한 고래 뱃속에 들어찬다
우리는 이 고래의 시간에 먹혀야 한다
새우등을 터뜨리는 부스러기 인생들인,
꾸르륵꾸르륵 이 철갑 고래 뱃속의 우리는
몸과 몸이 비벼지는 살의 숨을 들이쉬고
비명과 비명이 볶아지는 피의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그래도 이 단단한 철갑 고래 뱃속으로
더 많은 소화물들이 이들이들 들어온다
갑갑증에 한 물렁 아가씨가 질식사하고
육괴에 유리 위벽이 차창! 깨진다
이 위벽엔 한갓 해충이 씹혔을 뿐
시간을 질주하는 고래는 위통을 모른다
여자의, 왜 이러세용! 섬유질 피부는, 정말 미치겠,
비닐처럼, 이게? 찢어지고, 남자는, 씨앙,
와이셔츠가, 어머머! 부욱, 지옥이군, 찢어지고, 아악,
허리띠가, 저리 좀..., 끊어지고, 끄으응, 구두끈이,
도대체 이건, 터지고, 히으잇~, 팔과 다리가, X,
가위다리 친다
우리의 아침은 이렇게 찢어지는 것
꾸르륵거리는 이 늘어진 고래 뱃속에서
무신론적 광신도가 한탄한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음이니이다*
헐떡이는 뱃속에서 고래의 숨통 밖으로
분수처럼 내뱉어져 토해진 우리는
플랑크톤으로 부유하며
각자의 암초인 관공서와 공장과 학교로
괴롬즐거운 생활의 혀를 풀어낸다
자정 지나 苦海發 인천행 큰고래는
펄떡, 수로 이탈해 인천을 뛰어넘어
연안 부두의 선박과 한판 씨름하고
월미도 바다의 달 기둥 따라 교교히
달빛 꼬리와 희번덕희번덕 희롱하다
희붐한 새벽, 송도 바닷가에 배를 드러낸 채
가슴에 ?모양의 갈퀴로 긁혀 있다
죽은 고래, 그것은 의문의 삶이다
* <요나> 4장 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