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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19109
· 쪽수 : 324쪽
책 소개
목차
슬픔이 자라면 무엇이될까?
아빠의 사생활
착한 가족
모두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터뷰
슈거, 혹은 솔트
너는 누구인가
사소한 일
해설 가면 뒤의 진실은 없다 _정여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 오늘 있잖아요, 내가 어딜 갔다 왔는데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여자는 아침의 이야기를, 오후의 이야기를, 길었던 하루를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있잖아요…… 그 남자가 말이죠…… 나 정말 가기 싫었거든요, 그렇지만 어떻게 해요, 김 서방은 진짜 착한데 말이죠…… 안 신던 구두 신어서 발 아파 혼났잖아…… 그 애 엄마가 화가 나서는 글쎄, 제 뺨을 치려 들잖아요…… 지우가, 그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지우가 그게 애가 진국이잖아요……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끄덕끄덕 졸고 있던 어머니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왜요, 엄마? 뭐 드려요?”
고개를 들고 둘레둘레 사방을 휘둘러보던 어머니의 시선이 침대 한옆에 멎었다. 빈 그릇 하나, 다른 두 개의 용기에는 호박죽과 전복죽이 식어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손을 들어 죽 그릇을 가리켰다.
“더 드시게? 이번에는 전복죽 드릴까?”
식탐이 느는 건 모든 치매 환자가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이었다. 올케가 알면 질겁하겠지만 여자는 용기를 들고 뚜껑을 열었다. 죽은 알맞게 식어 있었다.
숟가락 가득 담긴 죽을 내밀었을 때 어머니가 휘휘 손을 저었다.
“왜요? 안 드실래요?”
치, 그세 맘이 변했어요, 투정하듯 중얼거리며 내려놓는 여자의 팔을 어머니가 잡았다. 어머니는 천천히 여자의 팔을 구부려 숟가락을 여자의 입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고는 손짓을 하는 거였다, 어여, 너 먹어라, 배고프지, 어여 먹어라, 많이 먹어라…… 어머니의 입가가 씰룩이고 불분명한 단어들이 새어나왔다.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여자는 천천히 식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 '착한 가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