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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3823
· 쪽수 : 672쪽
· 출판일 : 2018-10-15
책 소개
목차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취지문
한국
서사시 읽는 겨울밤 외_곽효환
축복은 무엇일까 외_심보선
있다 외_진은영
라플린_강영숙
전갱이의 맛_권여선
오직 한 사람의 차지_김금희
스카이 콩콩_김애란
사파에서_방현석
침이 마르는 시간_서하진
모기_장강명
존재의 숲_전성태
씬짜오, 씬짜오_최은영
중국
산속에서 외_레이핑양
현대의 마음 외_차오유윈
어떤 외국인이 중국에서_쉬쿤
만능 테스터_쑤퉁
길들일 수 없는 미래_왕웨이롄
아버지와 바다_장웨이
장년_저우샤오펑
현장법사가 당 태종에게 들려준 네 가지 이야기_츄화둥
봄바람 부는 밤_톄닝
돌풍_푸웨후이
일본
바람의 전화 외_와카마쓰 에이스케
달 아래의 아이_나카무라 후미노리
네거티브 인디케이터_나카지마 교코
베네치아의 사자(死者)_시마다 마사히코
Birthday_시마모토 리오
해안도로_시바사키 도모카
이모를 찾아가다_오야마다 히로코
중력이 없는 세계_우에다 다카히로
하와이로 찾으러 온 남자_히라노 게이치로
되풀이하다_아베 마사히코
출처
책속에서
이른 새벽, 잠을 짓누른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내 몸은 흥건한 땀으로 젖어있었다. 나는 비칠거리며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병째 물을 들이켰다. 거실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그야말로 귀신같았다. 탁자 위의 휴대폰이 깜박, 시선을 끌었다. 깊은 밤, P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정말 고마워. 평생 잊지 않을게, 라고 P는 적었다. 다음 문장은 이러했다. 이제 이자 보내지 마, 그리고 원금도.
나는 들고 있던 병을 들어 마저 물을 들이켰다. 쿨럭쿨럭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물소리가 들렸지만 무자비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혓바닥의 돌기들이 일제히 일어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남편의 진료실을 찾아야 할 모양이었다.
_‘침이 마르는 시간’(서하진) 중에서
주방도 조용해졌다. 부뚜막 앞의 냄비에서 토마토국만이 쌕쌕하는 소리를 냈고, 검붉은 국물이 넘쳐흘렀다. 위샤오허는 따스하고 널찍한 주방을 가늠해보고 또다시 흥이 난 류 언니를 살펴보다가 이내 한 줄기 피곤이 엄습해왔다. 여기가 비록 그녀의 집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그녀는 그래도 쉴 수가 있었다. 삶의 길이 얼마나 요원하든, 모든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녀는 어딘가 좀 아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좀 만족스럽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 쉬고 나서 그녀는 계단 옆 공구실로 가서 대걸레와 행주를 갖고 왔다.
어느 방에선가 노인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에 저, 새로운 하루가 또 시작 되었군.
_‘봄바람 부는 밤’(톄닝) 중에서
나는 빈 담뱃갑을 찌부러뜨리며 내일은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아니라 그 여자를 찾아볼까 생각했다. 그 호텔 바에 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 나에게 화가 났을까? 농담처럼 이렇게 말해볼까.
“잠깐 실례합니다, 이상한 질문이지만, 전에 저를 만난 적이 없나요?”
나는 여자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녀는 왠지 동정하는 듯 다정한 눈길로, 이번에도 분명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만났죠.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뻐요.”
_‘하와이로 찾으러 온 남자’(히라노 게이치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