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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19338
· 쪽수 : 310쪽
책 소개
목차
작가 서문
방황의 시절
옮긴이 해설
리뷰
책속에서
얼마 동안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제 사람들이 어머니를 집으로 옮겼는지, 언제 아버지와 나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오고 밖으로 나왔는지 나는 깨닫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생명을 잃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어머니 곁에 나도 병실에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햇빛은 사라지고, 누군가가 천장 중앙에 달린 갓 없는 전등을 켜놓았다.
나는 내 앞에서 흐느끼며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의 등을 보았다. 위층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청소할 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썼다. 수건을 묶은 매듭 아래쪽으로 살이 접힌 목이 보였다.
아버지는 가슴에 머리를 떨구고 잠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수프를 끓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에 젖으며 졸음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머니는 내가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아니 영원히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모든 관계는 끝났다. 나는 그녀를 보고 있지만 그녀는 알지 못한다. - 87~88쪽 중에서
더듬거리며 욕실로 가서 이마에 손을 짚고 변기 위에 얼굴을 대고 구역질을 했다. 현기증으로 움직일 힘을 잃은 채 어둠 속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마침내 세면대로 몸을 움직여 수도꼭지를 열고 물 아래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침대에 들어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누워 있었다. 통증은 파도처럼 밀려올라와 나의 힘을 모두 빼앗아 내려갔다.
떨리는 몸으로 진정제를 찾으러 일어났다. 욕실에서 벨라돈나 제를 찾아 몇 방울을 물 컵에 떨어뜨렸다.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밀려오는 한기로 몸이 떨렸다. ‘이럴 수가. 그 여자는 내 몸에 독을 넣었나 봐’ 하고 나는 생각했다. - 186쪽 중에서
“그럼 그 후에 데리러 갈게. 여섯시에.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짓궂었다.
“싫어, 카를로. 만날 수 없어.”
“약속했잖아.”
“알아. 하지만 그 사람과 너 두 사람을 놓고 선택해야 될 줄은 몰랐어.”
“선택하라는 얘기가 아니야. 처음엔 그를 만나. 그리고 나를 만나면 돼.”
“그러고 싶지 않아.”
“그래야 해. 약속한 일이야.”
“그럴 수 없어.”
“넌 비겁한 계집애야.” - 286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