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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19741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옮긴이 해설 _등에 남은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책속에서
갑자기, 건장한 남자가 내 뒤 가까이에서 담배와 땀에 찌든 내를 풍기면서 허리를 팔로 감쌌다. 차가운 금속이 내 목젖에 들이대어지면서 내 머리는 뒤로 더욱 젖혀졌다. 들고 있던 캔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면서 루트비어가 거품을 내며 쏟아져 나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버둥치고 팔을 휘둘렀지만, 날카로운 금속이 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는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래야지, 네 목에 댄 게 칼이거든.”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더욱 소름 끼치게 들렸다. “잘 들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나는 움직이거나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칼에 더욱 힘을 주었다. 칼끝이 나를 찌르기 시작하자 작은 비명이 내 목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손을 천천히 들어 내 목을 만지자 적은 양의 끈끈한 피가 느껴졌다. -p.13~14쪽 중에서
아빠는 좋은 게임을 말할 수 있었다. 레이가 나를 ‘다치게’ 했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가 ‘다치게’ 했더라도 ‘괜찮다든지.’ ‘다치게 했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아빠는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결코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다. -p.30쪽 중에서
“사람들이 절 아는 것 같아요, 자꾸 쳐다보는 게……” 내 얼굴이 타올랐다. 아빠는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너무 힘이 없어서 그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머리를 상점의 유리창에 댔다.
“땀이 끈적거리네,” 찡그리면서 아빠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 아파?”
겁이 나요. 이 사람들 주위에 있고 싶지 않아요. 내가 변태처럼 느껴져요. 저 사람들은 저에 관해 알아요.
“아직 피곤한가 봐요.”
아빠가 고개를 흔드셨다. “포기할 수 없어. 네가 성취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 앞에 한 발을 계속 내디뎌야 할 거야.”
격려연설 고마워요. 아빠. -p.74~75쪽 중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너에게는 도전이겠지. 당연해. 그러나 난 너를 알아. 너는 해낼 거야.”
아빠는 저를 전혀 모르세요.
“올해는 괜찮을 거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러면 너는 반 학생들과 졸업하게 될 거야. 그 다음엔, 대학……”
“대학이요!”
“그렇게 멀지 않았어. 일 년하고 한 학기야. 네가 버클리에 가는 게 보인다. 내가 간 곳이잖니, 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 그러면 우리는 베이 애리아로 이사해서 집에서 통학하면 되지.”
“아빠……”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구요? 새엄마는 직장이 여기에 있어요. 샬롯도 그렇고. 걔는 이미 아빠가 나 말고는 아무도, 쥐뿔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브라이언은 절 더 편안하게 하려다 망쳐놨어요. 그리고 저는. 대학이요? 아빠,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중학교 삼학년 중퇴자예요. 어떻게……? -p.151~52쪽 중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은 축구장과 야구장과 나란히 나 있었다. 나는 동경과 회한으로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레이 슬래이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웨인 고등학교의 축구와 야구의 스타 선수로 뛴 지 3년이 되었을 것이다. 빈은 나의 팀 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겠지. 열여섯 살이라면 아마 이미 가벼운 관계의 여자 친구들이나 심각한 관계의 여자 친구도 있었을 것이다. 웨인 고교 아이들은 나를 단지 운동선수이자 착실한 학생이고 우정 깊은 친구들 사이에서 안정된 아이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이자 변태가 되었고, 기껏해야 동정할 가치가 있는 누군가가 된 것이다.
공평하지 않아, 이 바보들아. 나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었어. 너희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고. 그렇다면, 너희들이 이런 식으로는 대접하지 않을 텐데.
그때 나를 휩쓴 분노가 너무도 커서 오히려 나는 등을 꼿꼿이 하고 머리를 든 채 나머지 길을 마저 걸어갔다. -p.208~09쪽 중에서
티셔츠를 벗어 침대 위로 던지고는 천천히 등을 거울 쪽으로 돌렸다. 손거울을 얼굴의 오른쪽에 대고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등이 하얗게 빛나는 것을 보자 희망과 분노가 뒤섞이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내가 본 것이 사실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손님 침대 옆의 램프를 켜고 방을 더 환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좀더 가까이 장롱 거울을 돌아봤다. 깊은 숨을 쉬면서 손거울을 다시 들고 더 잘 보려고 아래로 각도를 맞추었다. 그때서야 그다지도 오랫동안 느꼈던 것의 존재를 보았다. 나의 등에는 나의 목 뒤로부터 엉덩이 바로 위까지 하얀 줄 자국들이 나 있었다. 상처는 희미했지만 보였다. 내 등쪽 아래로 두 개의 줄 자국이 피부로부터 약간 올라와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등에 흉측하고 볼꼴사나운 혹이 누더기져 있을 거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경우는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그리고 있었던 또 하나의 환상은, 처음 납치당한 그 날처럼 나의 등은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또한 사실은 아니었다. -p.259~6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