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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본다

찔러본다

(제10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작)

최영철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0-08-26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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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본다

책 정보

· 제목 : 찔러본다 (제10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0723
· 쪽수 : 132쪽

책 소개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20여 년이 넘도록 꾸준한 시작 활동을 펼쳐온 시인 최영철이 아홉번째 시집. "느리고 굽은 것, 낮고 순한 것, 못나고 허접한 것들을 자신이 숨쉴 '희망'으로" 노래했던 직전의 시집 <호루라기> 이후 꼬박 4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총 3부로 나누어 72편의 길고 짧은 시편을 한데 모았다.

목차

제1부
노을
애벌레의 밤
잎들
게임의 법칙
도망가는 안경
엄청난 무기
4월 꽃비
바디랭귀지
뙤약볕 저 역자
공친 날의 풍년가
재래시장 살리기
태양슈퍼
별이네 가게
비밀
돼지예수
토마토
장단
사촌들
은행 밖 은행
풀씨
5월에
금강수 한 병
자연학교
오늘은 절필

제2부
개심사 종각 앞에서
서해 와서
풍장
적막 또는 막막
아프리카

만추, 잎
눈꽃
다대포 갯벌
천둥소리
문득
풀들
2020
벤치
지구 수족관
오체투지
참배
풍문
늙음
박명
흰머리 단풍
화장
몇십 분
쑥국

제3부
물에게 유혹을
씨앗들
찔러본다
개똥
미인계
고구마
기도
고추
팔월 즈음
고독
비자금 만 원

어느 홍등
용서

수영성 와목
봄, 화답
상처의 힘
송정역 무궁화
막걸리
하수종말처리장
일출
해동네 달동네
봄봄

해설/자연의 천진성과 원초적 생의 리듬 | 이숭원

저자소개

최영철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외. 육필시선집 『엉겅퀴』,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백석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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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뙤약볕 저 여자

땡볕 피해 잠시 그늘에 서서 땀 식히는데
건너편 공사장
함지에 돌무더기 담아 부지런히 이다 나르는 저 여자
노래방 도우미만 해도 한 시간 몇만 원이라는데
공짜 술에 노래에 장단이나 맞추어주면
넉넉한 하루 일당이라는데
참 딱하다 시원한 그늘을 두고
땡볕 아래 구슬땀 흘리며 가지 뻗는 저 여자
큰 나무가 드리워준 시원한 그늘을 마다하고
있는 힘 다해 그늘을 밀어내며
은근히 파고 들어온 남정네의 취한 손길을 밀어내며
참 딱하다 그늘에서 퍼낸 돌무더기
뙤약볕 아래 자꾸자꾸 내다 버리고 있는 저 여자
그녀가 버린 돌무더기
환한 땡볕 아래 모여 앉아 반질반질 윤기 나는 눈으로
이쪽 그늘의 나를 쳐다보는데
와르르 또 한 번의 돌무더기를 내려놓고
바삐 돌아서는 저 여자
그늘에 선 나를 쓸어 담아
와르르 뙤약볕 한가운데 내려놓으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저 여자


풍장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는 윗도리 하나를 척 걸쳐놓듯이
원룸 베란다 옷걸이에 자신의 몸을 걸었다
딩동 집달관이 초인종을 누르고
쾅쾅 빚쟁이가 문을 두드리다 갔다
그럴 때마다 문을 열어주려고 펄럭인
그의 손가락이 풍장되었다
하루 대여섯 번 전화기가 울었고
그걸 받으려고 펄럭인
그의 발가락이 풍장되었다
숨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려고
창을 조금 열어두길 잘했다
옷걸이에 걸린 그의 임종을
해가 그윽이 내려다보았고
채 감지 못한 눈을 바람이 달려와 닫아주었다
살아 있을 때 이미 세상이 그를 묻었으므로
부패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진물이 뚝뚝 흘러내릴 즈음
초인종도 전화벨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바람이 와서 부지런히 닦아주고 갔다
몸 안의 물이 다 빠져나갈 즈음
풍문은 잠잠해졌고
그의 생은 미라로 기소중지되었다
마침내 아무도 그립지 않았고
그보다 훨씬 먼저
세상이 그를 잊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식아 희야 하고 나직이 불러보아도
눈물 같은 건 흐르지 않았다
바람만 간간이 입이 싱거울 때마다
짠물이 알맞게 밴 몸을 뜯어먹으러 왔다
자린고비 같은 일 년이 갔다
빵을 꿰었던 꼬챙이만 남아
그는 건들건들 세월아 네월아
껄렁한 폼으로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경매에 넘어간 그를 누군가가 구매했고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기 전
쓸데없는 물건으로 분류된 뼈다귀 몇 개를
발로 한번 툭 걷어찼다


사물이 나를 불러 세우기에 적합한 상태,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러운 사물에게 잘 포착되도록 나를 내버려두려고 애쓴다. 내가 분주하면 사물이 나를 불러 세우기 힘들다. 그 일에 게으름은 유용하다. 모든 창의적인 것의 밑천은 게으름이 아니겠는가. 부지런은 한눈파는 것, 대열을 이탈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대부분이 가고 있는 그 길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었다는 점에서 감옥에 가깝다. 부지런은 때로 분쟁을 낳고, 분쟁은 파괴를 낳는다. 모든 기억은 부지런의 소산이지만 모든 망각은 게으름의 소산이다. 게으름은 망각과 짝을 이룬다. 무료하고 무능한 자기 존재에 대한 수치심을 거두어가는 망각이 없다면 게으름은 지속될 수 없다. 망각은 증오와 분노를 소멸시키지만 기억은 그 몹쓸 것들을 증폭시킨다. 게으름과 망각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잊어버리게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게 한다. 내 부족함은 철저하게 게으르지 못한 데 있다.
- 시인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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