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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1928
· 쪽수 : 143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무 한 그루가 한 일
돌로 돌아간 돌들
말 없는 나무의 말
꽃들의 등급
문신
눈
술이나 빚어볼거나
펜에 대하여
적막을 줍다
백둔정방 요양원에서
설야
그늘에 물들다
무중력 저울
태양의 부족
불의 지청구
저녁 산책
올가을 화장품이나 만들어볼까
버림받은 자
뜨거운 여름
2부
내 몸속에는
간절
주름진 거울
로드 킬
시소의 관계
수평선
묵묵한 식사
된장찌개
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
두부에 관한 명상
도망가는 산
저녁, 교정에서
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봄날을 치우다
빨래들만 즐겁다
물의 기억
자국
3부
똥파리
물의 신
수직과 수평
첫인사
피를 보다
뼈아픈 질책
웃음의 배후
공공근로
수상한 세월
칼과 도마
묵언의 빛깔
눈사람
숟가락
통조림
샛강
겨드랑이가 가볍다
맑은 물은 바닥을 감추지 않는다
불나방
장갑들
기우뚱한 어깨
우리 집 선풍기는 고집이 세다
4부
숫눈
명경
클릭
신발이 나를 신고
푸른 거처
워낭 소리
자작나무
경쾌한 유랑
꽃잠
저 꽃들 수상하다
폭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비의 냄새 끝에는
고요 한 송이
일렬종대
흑산도 홍어
해설 자유롭고 경쾌한 본원으로의 귀환 - 유성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주름진 거울
거울 속 굵게 팬 주름들 곁,
갓 태어난 잔주름들
어느새 일가를 이루었구나
저 굴곡과 요철은
시간의 밀물과 썰물이 만든 것
주름 문장을 읽는다
주름 속에는 눈 내리는 마을이 있고
눈에 거듭 밟히는
윤곽 흐릿한 얼굴이 있고
만지면 촉촉이
손에 습기가 배는 풍금 소리가 있다
이마에서 발원한 주름 물결
번져서 온몸을 덮으리라
첫인사
초면인 사람과 통성명 주고받은 뒤
고향이 어디십니까? 대신에
어디 사세요? 하는 인사 더 자주 받는다
이 질문의 변화는 심상한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지에 불쑥 돌 솟아오른다
여의도에 삽니다
아하, 좋은 데 사시는군요
나는 망설이고 망설인다
오해 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청자는 내 초라한 입성 재빠르게 훑어본다
속내 들킨 이의 발개진 얼굴,
서리 맞은 배추 잎같이 시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예, 전, 전세인데요
그러면 그는 그런다 겸연쩍다는 듯
전세라도 어딘데요? 여의도잖아요
마음의 평지에 불끈 돌 솟아오른다
신발이 나를 신고
주어인 신발이 목적어인 나를 신고
직장에 가고 극장에 가고 술집에 가고 애인을 만나고
은행에 가고 학교에 가고 집안 대소사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고
지하철 타고 내리고 버스 타고 내리고
현관에서 출발하여 현관으로 돌아오는 길
종일 끌고 다니며 날마다 닳아지는 살[肉]
끙끙, 봉지처럼 볼록해진 하루
힘겹게 벗어놓고
아무렇게나 구겨져 침구도 없이 안면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