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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3533
· 쪽수 : 310쪽
· 출판일 : 2012-10-23
책 소개
목차
회복하는 인간 9
훈자 35
에우로파 59
밝아지기 전에 97
왼손 131
파란 돌 189
노랑무늬영원 217
작가의 말 30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에게 말해보고 싶었다.
새벽까지 타는 심장을 그녀가 지켜보았던 그해,
생각 속의 미로 속에서 더듬더듬 내가 움켜쥐려 한 생각들을.
시간이 정말 주어진다면 다르게 살겠다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짐승처럼 죽지 않도록,
다음번엔 두려워하지 않을 준비를 하겠다고.
내 안에 있는 가장 뜨겁고 진실하고 명징한 것,
그것만 꺼내놓겠다고.
무섭도록 무정한 세계,
언제든 무심코 나를 버릴 수 있는 삶을 향해서.
―「밝아지기 전에」에서
이렇게 더 작아져간다. 더 지워지고 뭉개어진다. 다만 이상한 것은, 모든 것이 뭉개어지는 데 비례하여 오히려 감각들은 선명하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회칼처럼 예리해진, 예전에는 가져본 적 없었던 눈과 귀와 코와 피부와 혀의 감각들을 느낀다. 그리고 그보다 명징한, 이름 붙일 수 없는 감각. 육체에서라고도, 영혼에서라고도 할 수 없는, 그것들이 분리될 수 없는 어떤 부분에서 뻗어 나온, 무섭도록 절실한 촉수를 느낀다.
-「노랑무늬영원」에서
밤의 나무들은 여전히 검고 묵묵합니다.
얼마 안 있어 검푸른 새벽빛이 내리기 시작하면, 두렵도록 비밀스러운 저 내부가 소리 없이 열리며 나무들의 형상과 하나가 되겠지요. 그 짧은 시간을 건너 아침이 오겠지요. 어떤 비밀 따위도 애초에 없었다는 듯 태연히 서 있는 나무들이 남겠지요. 언젠가, 그 경계에 귀신처럼 서 있는 새벽 나무를 그리고 싶습니다.
[…]
어느 날 밤 꿈을 꿨어. 꿈에 보니 난 이미 죽어 있더라구.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몰라. 햇볕을 받으면서 겅중겅중 개울가를 걸어갔지. 개울을 들여다봤더니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만큼 물이 맑은데, 돌들이 보이더라구. 눈동자처럼 말갛게 씻긴, 동그란 조약돌들이었어. 정말 예뻤지. 그중에서도 파란빛 도는 돌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주우려고 손을 뻗었어.
[…]
그때 갑자기 안 거야. 그걸 주우려면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걸.
-「파란 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