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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3915
· 쪽수 : 285쪽
· 출판일 : 2013-04-26
책 소개
목차
두 사람이 보이는 자화상
나는 달리다
다시, 살아가는 일
서울, 2009년 봄
개꿈
이름이 사라졌다
기억과 흔적
벌초
해설. 달리와 달리_ 우찬제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있잖아, 실은…… 널 찾아오기 전에, 개마고원엘 갔었어. 유전자 치료받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문득…… 사는 게 지겨웠거든. 거기 가면, 자살 기계가 있다길래. 좀 비싸긴 해도, 아무것도 남김없이 세상을 뜰 수 있다더라구. 거긴 바람이 많이 부니까…… 캡슐을 하나 분양받은 뒤에 안에 들어가 있으면 자살기계가 모든 걸 알아서 해준대. [……] 아! 개마고원까진 가지도 못했어. 함흥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자꾸 집에 두고 온 화분이 생각나더라구. 저거, 네가 준 은행나무 화분 말야. 내가 저 녀석한테 내 나이만큼 이파리가 달리면 아파트 앞 화단에 옮겨 심어주기로 약속을 했었거든. 저 녀석이 눈앞에 삼삼한 게,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져야 말이지. ……야, 웃지 마. 정말이라니까.(「나는 달리다」에서)
예쁜…… 예분…… 이 예분?
아파트 앞 화단 모퉁이를 돌다가 그녀는 불현듯 자신의 이름이 생각났다. 이예분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건 마치 예고도 없이 밤하늘을 그어대는 별똥별처럼 뇌리에 떠오른 것이었다. 이예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몇 번이나 혀끝으로 이름을 굴려보았다. 딸을 낳았다며 할아버지가 작명을 자꾸 미루자 외할아버지가 놀러오셨다가 단번에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했다. 이 예 분, 이 예 분, 이 예 분…… 지팡이를 땅에 짚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았다. 참 예쁜 이름이었다.(「이름이 사라졌다」에서)
영민은 물을 건너면서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넣었다. 네잎 클로버를 두 개나 발견했어.*^^* 이번엔 왠지 잘될 것 같지 않니? 예쁘게 코팅해서 우리 하나씩 나눠 갖자^^! 희연의 답문자는 영민이 읍내를 세 바퀴나 돌아 마침내 불 켜진 약국을 발견했을 즈음 도착했다. 그런 걸로 잘될 것 같았으면 뭐….. 아니야, 그렇게 해. 영민 씨, 파이팅!! ^^v(「벌초」에서)